바둑을 두는 기사는 막판 마무리를 잘해야 승리할 수 있다. 요즘 완주군에서는 3선 불출마로 6월 말 퇴임하는 박성일 완주군수의 마무리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선 불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행정 안팎에서 일고 있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디지털 변화와 혁신의 물결이 워낙 거세다"며 "새롭게 공부하며 나아갈 수도 있겠지만, 박수칠 때 물러나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 물러날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세상에서 행정도 변화의 흐름에 함께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지난해부터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월례회의에서 300여 명의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실과 가상의 결합, 메타버스 혁명’ 주제 특강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4월에 ‘ESG 역량강화를 위한 특강’을, 그리고 지난 2일에는 ‘5월 청원월례조회’를 개최한 후 참석한 300여 명을 대상으로 ‘NFT,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에 대한 2시간 짜리 특강을 진행했다.
공직자들이 급변하는 디지털 혁명을 따라가지 못하면 지속성장의 주역은커녕 보조 역할도 할 수 없는 환경이 됐고, 일선에서 떠나는 선배 공무원 입장에서 마지막 선물로 300명 이상 공무원이 참석하는 대규모 디지털 특강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는 것.
박 군수가 막판까지 매달리는 또 다른 선물은 지역 최대현안인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이다.
박 군수는 민선 7기 4년 동안 수소산업 육성에 주력해 왔다.
박 군수는 완벽한 수소경제·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산업’ 두 부문에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지난 2019년 국토부 공모의 ‘수소 시범도시 조성’에 응모, 완주군이 국내 군(郡) 지역 중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2020년 6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완주 수소충전소’를 준공했고, 완벽한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포석에 더욱 매진했다.
전북도·정치권과 공조해 수소상용차 육성과 각종 수소산업 평가·인증기관 유치에 주력, 국내 유일의 수소용품 평가·인증기관인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를 2021년 3월 완주테크노밸리 제2산단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평가센터까지 유치했다. 완주군이 연료전지 인증 관련 3개 기관·사업을 모두 유치한 것이다.
박 군수가 계획한 수소산업 생태계 화룡점정은 수소 전문기업을 담아낼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이다.
완주군에는 수소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전주공장이 있다. 수소 관련 전후방 기업을 육성하고, 지역 내 각종 연구개발(R&D) 기관과 수소기업 등을 연계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박 군수의 최근 마지막 행보는 수소특화 국가산단 유치다. 지난 20대 대선의 여야 공약에 ‘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을 포함시켰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 국정과제’에도 명시됐다.
박 군수는 지난 13일 국토부를 방문, “완주군에 수소기업을 집적화할 수 있는 ‘수소특화 국가산단’의 입지타당성 조사와 최종 후보지 선정을 적극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