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고봉산 옛 미군기지 장기간 방치 ‘오싹’

지난 1990년 대 폐쇄 후 건물 등 흉물 전락
등산객 등 불만 표출…신속한 대책 마련해야

고봉산에 방치되고 있는 옛 미군기지/사진=이환규 기자

 

“낮임에도 등산을 갈 때마다 등골이 오싹거립니다.”

군산 고봉산(해발 149m)에 위치한 옛 미군기지(통신 및 레이더기지)가 폐쇄 후 장기간 방치되면서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군산시가 개발한 구불길 코스의 대표 흉물로 전락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50년대 세워진 고봉산 미군 레이더기지는 1990년대 군산기지로 이전하면서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람들이 철수했음에도 건물 등은 철거되지 않은 채 산 정상에서 30년 넘게 내버려져 있는 상황이다.

시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 2003년 소유권이 다른 곳으로 이전됐으나 이후에도 철거에 대한 어떤 움직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 대한 정비 및 철거가 요원하면서 등산객들의 불편은 물론 환경오염 및 군산 이미지 훼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봉산 옛 미군기지

 

실제  최근 찾은 이곳 미군기지는 철탑물탱크를 비롯해 5~6개 건물 등이 낡은 철조망에 둘러싸여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수 십년 간 정비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시설물 등이 파손돼 있거나 녹슬었고, 주변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있는 상태였다.

보안법 경고문이 걸려 있는 출입문은 닫혀있지만 과거 한 블로거가 (블로그에) 이곳 미군기지 체험기를 올릴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곳 옛 미군기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안전사고 위험은 물론 범죄의 사각지대로 악용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등산객 김모 씨(46)는 “고봉산은 성산 깐치멀마을에서부터 이어지는 구불3길(큰들길) 코스로 등산객들이 종종 찾고 있는 곳”이라며 “낡은 미군 시설이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무섭기도 하고 보기에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군산시가 소유주와의 면담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 이모 씨(51)는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고봉산에 폐허가 된 미군기지 시설을 언제까지 놔둘 셈이냐”면서 “이제라도 군산시가 나서 (고봉산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이환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