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1 지방선거 이후 전북정치권에 태풍이 불어 닥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북정치는 더불어민주당 일당독주 체제가 고착된 만큼 민주당내 권력지형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의 기세는 대선 패배 이후에도 꺾이지 않았고, 0.7%p차로 석패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당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전북정치권 내부에 큰 영향을 미쳤고, 민주당 소속 전북 국회의원은 물론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도내 유권자들이 정치적 이슈에 한 목소리를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선 이후 이러한 프레임에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전히 민주당 중앙당에 대한 도민들의 지지세는 강하지만, 최근 수도권과 충청, 강원, 부산, 울산, 경남 등 스윙보터 지역에서의 지지율 하락은 전북정치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전북의 경우 단체장 15석(광역단체장 1석, 시장군수 14석)을 모두 싹쓸이 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도내 지역 절반이상이 격전지로 전환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북정치권의 기류 변화는 도내 단체장 선거 결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보다 큰 변수는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다.
8월 전당대회의 판세는 지선 결과에 따라 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이 패배하면 강성파의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민주당 강성지지층이 온건파 의원들을 향해 ‘수박’이라 칭하는 등 비난의 수위가 강해지면서 이들의 설 자리가 적은 상황이다.
수박은 민주당 지지자나 당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로 ‘겉으론 파란색 옷(민주당 상징)을 입고 있지만, 그 속은 빨간(국민의힘 상징)정치인’을 뜻하는 멸칭이다.
당내 강성당원들은 '수박'이라 생각하는 국회의원에겐 문자폭탄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중도성향이나 온건성향을 띠고 있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소수의견을 내는 대신 강성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북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선 결과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민주당을 지배하는 헤게모니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진보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강성지지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던 전북 국회의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주당이 이번 지선 방어에 성공하면 단독입법이 가능한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기가 가능해진다. 전북 의원들 역시 지금처럼 당내 기조에 적극적으로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지선은 전북 국회의원들의 2년간 지역구 관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다음 총선은 물론 전북을 관통하는 정치프레임의 변화가 예상되는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 있다.
8월 전당대회와 함께 있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 선거는 물론 전주을과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선출 과정도 이번 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북은 진보강세 기조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은 매우 적은 상황이다. 만약 도내 권력지도에 큰 변화가 생기더라도 이는 민주당의 내부 투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이 전북에서 약진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