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류브랜드 '버버리'가 학교 교복의 체크무늬에 대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내년부터 전북의 10개 학교의 교복 디자인이 바뀐다. 이 때문에 기존 교복의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교복대리점은 물론, 자녀 간 교복 대물림이 어려워진 학부모들의 교복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학생복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북교육청 등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버버리체크 상표권 침해 디자인 변경 협조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영국 브랜드 버버리가 한국 교복에 사용된 체크무늬가 자신들이 상표등록한 체크무늬와 비슷해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으니 교복디자인을 변경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버리가 문제 삼은 학교는 전국적으로 269개교인데, 이 중 전북의 10개교(고등학교 8, 중학교 2)가 포함됐다. 디자인을 변경해야 하는 교복의 경우 옷깃을 비롯해 소매, 치마 등에 체크무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의 재학생들은 기존 디자인으로 제작된 교복을 졸업때까지 입을 수 있지만 내년 신입생부터는 새롭게 디자인된 교복만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교복대리점에 남아 있는 기존 디자인으로 제작된 교복이 처치곤란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와 이웃 간 교복 물려입기가 어려워지면서 학부모들은 교복비 부담이 커졌다고 한숨쉬었다.
전주에서 교복판매점을 운영하는 윤모 씨(48)는 “학기 초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교복 추가구매로 매출을 내는데 인근 학교의 교복이 바뀌게 되면서 해당 학교의 교복 추가 구매가 줄었다”며 “아직까지는 수요가 있긴 하지만 내년이 더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두 딸을 키우는 학부모 김정혜 씨(44)는 “첫째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중학생인 둘째 딸도 다닐 예정인데 내년부터 교복디자인이 바뀌면서 교복을 모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없는 형편에 교복 값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복 변경 대상학교에 공문을 모두 보냈고 현재 교복 디자인에 대해 논의 중인 상황“이라면서 “학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도내 대학교 의류학과 학생들과 연계해서 대학생들이 제작한 디자인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복 디자인 변경 대상학교는 김제 덕암고, 순창제일고, 익산 원광정보예술고, 익산 전북제일고, 전주생명과학고, 전주제일고, 정읍 학산고, 남원 인월고, 완주 화산중, 익산 원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