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다시 부른 민중의 노래

5.18기념식 제창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거행하며 보수 정권으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시도하였고 서로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정부가 5·18 유족들의 뜻을 받아 기념식을 주관하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제창' 형식으로 불린 민중가요이다. 이후 '제창'은 2009년부터 종북 논란의 이유로 '합창' 형식으로 전환된 과거가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민요인 '방아타령'을 식순에 넣어 거센 비난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제창'은 참석한 모든 이가 함께 부르는 음악의 형식이다. 그리고 '합창'은 여러 화성을 만들어 함께 부르는 노래 형식이긴 하지만 이 또한 누구나 다 같이 부를 수도 있는 형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창'과 '합창'은 각각의 논리와 변으로 서로의 정치적 의미를 내포했고 화합을 추구하는 민주적 추모 행사에 전대미문의 음악적 궤변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국가가 인정한 민주화 추모 행사에 애매한 음악의 갈래로 의미 부여를 교란했으며, 때아닌 경기민요의 등장으로 성급한 정책의 혼돈으로 남았다.

지난주 다시 돌아온 5월 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 다시금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새로운 대통령은 '합창'으로 일축했던 보수의 고정관념을 깨고 '제창'의 형식으로 그 의의를 다시 찾고자 했다. 그리고 모든 참석자는 마음속 깊이 응어리졌던 노래를 세상 밖으로 용출시켰다. 

우리나라에 전해 오는 음악은 대부분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 선조들은 소중한 분을 잃었을 때 돌아가신 분과 그 가족 앞에서 곡을 했고 힘든 일을 할 땐 노동요로 그 고됨을 이겨 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공동체 삶 속에 희로애락의 노래를 자생적으로 만들어 불렀고, 그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삶의 토대를 그리며 더 행복한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의 역사는 한 시대를 대변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었고 그 노래는 국민 가슴속에 자리 잡아 한 시대의 위안이자 민중의 노래로 남았다.

이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진보의 정치적 성과라 생각지 말고 보수의 논리로 그 뜻을 논쟁치도 말자.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나간 아픈 역사적인 산물로 만들어진 선율이요, 가사이다. 아픈 곳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네 맘을 곱씹어 만들어 냈던 노래인 것이다. 비장한 단조의 멜로디는 역사의 뒤안길이다. 흐르는 곡의 4/4박자는 우리들의 맥박이요, 외치는 간결한 가사는 우리 역사의 심장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통해 처절하게 돌아가신 유공자들의 영혼을 달래 줄 수 있다면, 또한 우리의 후대들로 하여금 다시 이러한 역사의 불행이 오지 않게 동기 부여를 한다면 제창이 중요하리요, 합창이 뭐 그리 중요하리요.

역사의 중요한 멜로디가 되고 소중히 함께 부르고 싶어 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 이제 '제창'과 '합창'이란 음악적 논쟁 앞에 멈추지 않고 아픔 없는 나라를 위한 민중의 노래로 남아 그 의를 돌아보며 영원히 함께하는 역사적 산물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