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예산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턴키제도가 사실상 또 다른 최저가낙찰제로 왜곡되면서 전북지역 건설사들의 수주 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오는 7월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는 9000억 원 대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공정에 턴키입찰이 적용될 전망이어서 지역 업체들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는 제도적 보안책이 마련돼야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도내 건설업계에 따르면 턴키입찰제도는 설계·시공 일괄입찰이라고 하며 건설업체가 설계와 시공을 일괄해 책임지는 공사 방식으로 책임소재를 일원화해 예산 범위 내에서 시설물에 대한 최상의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가격보다는 기술(설계) 경쟁을 통해 기술발전에 기여하고, 설계와 시공을 연계 수행하게 함으로써 사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무분별한 발주남용 및 불필요한 과잉설계로 인한 예산낭비, 대형건설업체의 수주편중에 따른 시장 독과점 형성, 설계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의혹 등 각종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급기야 턴키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현행 턴키입찰 운영방식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가낙찰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가낙찰이 가능한 입찰방식이라면 건설업체의 폭리를 막고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실제현장에서는 공공시설물의 품질저하로 인해 이를 이용하는 국민이 감수해야 할 불편과 안전상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턴키입찰을 보면 최저가낙찰제보다 더 낮은 저가로 낙찰되는 사례가 발생하더니, 급기야 기술 중심의 입찰취지가 무색하게 40%에 가까운 초저가 낙찰도 빈번해 지고 있다. 추정금액 대비 60%이하로 낙찰된 턴키입찰은 예외 없이 모두 가격점수에 의해 설계평가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였다.
우수한 설계도서로 평가를 받은 입찰자가 아무리 적정가격에 투찰을 하더라도, 입찰자중 특정업체가 덤핑가격으로 투찰하면 낙찰가능성이 거의 없어 우수 설계도서 채택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도급비율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초기 설계비 부담 때문에 견실한 기술력을 갖춘 지역 업체라도 쉽사리 뛰어들지 못해 지역건설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턴키입찰이 도입된 지난 1994년 이후 전북지역업체가 원청업체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04년 전북개발공사가 발주한 전주지역 임대 아파트를 제외하고 전무한 실정이다.
이후에도 대형공사에는 여지없이 턴키가 도입됐지만 전북지역업체들은 아예 참여를 못하거나 5~10%의 지분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반공사와 달리 턴키공사는 입찰에 참가하려면 수십억 원의 설계용역비가 소요된다. 재정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전북업체는 턴키입찰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며 “지역업체들의 공사참여 확대를 위해 설계비 보전 같은 현실적인 보안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