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섬, 전북

정운천 국회의원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지역구 당선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비례 도의원 1명, 비례 시의원 3명에 그쳤다. 지난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전북은 국민의힘이 아직도 넘지 못할 높은 장벽이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윤석열 대통령에게 14.4%의 지지율을 보냈고 정권교체가 됐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마주한 결과를 보니 안타깝고 아쉽다.

지난 30년간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전북은 민주당을 향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민주당 일당 독주 속에서 경쟁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고, 여당도 없는 3무(三無)정치 속에서 전북경제는 활력을 잃고 추진 동력이 계속 떨어져 갔다. 전북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충청‧경상도로 옮겨가며 낙후된 전북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민주당의 일당독주와 전북 홀대의 결과가 전북도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도민들은 다른 지역이 경쟁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전북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필자가 지난 10년간 이야기해 온 여‧야 쌍발통 정치로 나아가야 전북발전에 미래가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은 충청이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에게 65%의 당선율을 보내며 정권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지역 현안 사업들을 신속하게 추진시켜 진정한 지역 발전을 이뤄냈다. 이에 대한 한 예로, 충남의 지역 중점 현안 사업이었던 국도 77호선 「보령해저터널」은 이미 10년 전에 착공하며 지난해 개통된 성과를 안았다. 똑같은 국도 77호선인 부창대교(노을대교)는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

이번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충청은 여당인 국민의힘에게 힘을 실어줬다. 충북은 전체 181명 중, 국민의힘 소속 115명(64%)과 민주당 소속 65명(36%)가 당선되어 다수당이 됐다. 충남에서도 전체 241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144명(59%), 민주당 소속이 97명(40%)이 선출됐다. 양 당의 60% vs 40% 구도가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충청은 여당에게 힘을 실어주며 충청발전에 커다란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보수 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각각 29명과 27명의 기초의원이 당선되며 지역 내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정치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렇듯 주변 지역들은 전북이 일당독주의 사슬을 끊어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의 전북은 여전히 고립된 섬처럼 오로지 민주당만 바라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시대’라며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전북 발전의 기회가 펼쳐지는 듯 보였다. 이에 지역균형발전특위에서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필자가 전북 현안을 꼼꼼하게 챙긴 결과, 대선 당시 7대 공약 26개 실천과제였던 전북 공약이 7대 공약 46개 실천과제로 최종 확정됐다. 

공약과 실천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경쟁하며 전북의 발전을 위해 뛰어다닐 여당 소속 일꾼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20개 늘어난 46개의 실천과제를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지역과 중앙을 연결하고 소통창구 역할을 해줄 인물을 만들지 못했으니 앞으로 4년간이 답답할 뿐이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전북의 조배숙 후보에게 지난 대선 때보다 3.5%p나 많은 17.9%라는 지지를 보낸 만큼 호남에서 외면 받았던 국민의힘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준다. 이를 바탕으로 진정성을 갖고 전북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충남과 경북‧대구처럼 여‧야가 경쟁하며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당 일당 독주의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도민들께서 아픔을 헤아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크게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전북도당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