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産)·학(學)·연(硏)·병(病) 의료기술 산업화단지 필요

조재영 전북대 교수

대학과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술 산업화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저런 정부 규제도 많았고, 대학이나 병원에서도 의료기술 산업화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이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대두되면서 기존 정책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학과 병원에서 개발한 의료기술을 얼마나 제대로 개발하고 산업화 하느냐에 따라 대학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바이오헬스 산업은 대학, 기업, 연구소 등 3개 기관이 주도해 왔지만, 최근 대학병원이 바이오헬스 연구와 혁신을 위한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대학병원이 가진 우수한 연구실적과 인프라를 활용한 의료기술 산업화를 위한 10개의 연구중심병원을 운영해 오고 있다.

최근 대학과 병원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헬스 관련 스타트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산학연병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산학연병 협력시스템은 ‘연구개발 → 임상효능 검증 → 의료기술 산업화 → 연구개발 재투자’가 선순환하는 구조로 시너지를 창출하며 바이오헬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실례로,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연구 수입이 3.6% 수준인 반면, 미국 메사추세츠 병원은 연구를 통한 수입이 약 23%에 이른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했는데 이는 산학연병 시스템의 효과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카톨릭대 의과대학내 ‘옴니버스 파크’에는 의학교육, 바이오벤처, 제약사, 교원창업기업, 각종 연구 지원 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보령약품·한미약품을 비롯한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 18곳의 연구 시설이 입주예정이며, 의학 관련 기초연구부터 전임상·임상을 총망라하는 산학연병 공동 연구 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2014년 판교에 오픈한 차바이오컴플렉스는 산학연병 네트워크가 집적된 바이오헬스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차바이오텍, CMG 제약 등 바이오 제약회사와 차의과대학 대학원과 다양한 연구소가 동일 공간에 입주해 있다. 차바이오컴플렉스는 연구자 및 기업체와 연구기술을 공유하고 동시에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의료기술 산업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곳은 고려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다.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고려대 의료지주회사의 자회사, 기술을 이전받은 외부의 의료 스 타트업기업, 네트워크로 연계된 기업 등이 입주하였다. 바이오헬스 관련 연구와 제품 생산까지 한꺼번에 모두 이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전북대학교는 병원, 중재적 메카노바이오 기술융합연구센터, 약대, 수의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및 실험동물센터 등에 이르기까지 바이오헬스 산업을 이끌 풍부한 연구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다. 이제 산학연병 의료기술 활성화를 위한 화룡점정을 찍어야 할 때이다. 

전북대학교는 대학내 의료기술 산업화 단지 건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고, 전라북도와 전주시, 익산시, 정읍시 등은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헬스 산업을 효율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실체적 네크워크를 서둘러 작동시켜야 한다.  

/조재영 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