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습지도시, 고창

북해의 남동부를 차지하는 바덴해는 덴마크 서해안에서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의 텍셀섬에 이른다. 3개국을 잇는 바덴해와 그 연안의 갯벌 습지는 세계에서 가장 넓으면서도 훼손되지 않은 생태계로 지난 200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갯벌로는 유일하게 세계유산이 된 이곳 바덴해의 연안, 독일 북서쪽에는 화제를 몰고 온 작은 섬 <랑어욱>이 있다. 랑어욱은 세계적 관광도시로 꼽히는 섬이다. 섬에 사는 주민은 고작 2천여 명. 그러나 여름이면 하루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이 섬을 찾는다. 1923년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황폐해졌으나 1986년 더는 간척을 할 수 없는 법안까지 만들어 역간척으로 갯벌 생태계를 되살려낸 덕분이다. 2년 동안 역간척 사업을 진행했던 랑어욱은 10년 만에 갯벌의 생태계를 되찾고 철새들을 불러들였다. 생태관광의 선진지로 자리 잡은 랑어욱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실이 있다. 관광 수입으로 풍요로워진 주민들의 삶이다. 전체 수입의 99%를 관광으로 얻고 있는 랑어욱은 지금 독일에서도 가장 부유한 마을로 꼽힌다.

랑어욱은 도시의 건강한 미래가 반드시 개발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갯벌을 간척해 땅을 넓히는 것을 가치로 여겨 많은 나라가 갯벌을 없앴지만, 지금은 땅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만드는 역간척을 선택하는 나라가 늘고 있는 풍경의 상징이기도 하다.

갯벌(2010)과 운곡습지(2011)가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던 고창이 이제 람사르습지도시가 됐다. 람사르습지도시는 람사르습지 인근에 있는 도시와 마을을 가리키지만,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해서 모두 습지도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습지도시가 되는 가장 중요한 자격은 '습지 보전 및 현명한 이용에 지역사회가 참여·활동하는 곳'이다. 인증은 이런 도시 중에서도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거치고서야 얻을 수 있다.

1971년 채택된 람사르협약은 습지를 보존하고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가입한 이후 24곳이 람사르습지로 등록(20215월 현재)됐지만 람사르습지도시는 2018년 인증받은 창녕, 인제, 제주, 순천과 지난 5월 총회에서 인증받은 고창과 서귀포, 서천까지 7개 도시에 그친다.

들여다보면 고창의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은 특별하다. 고창 갯벌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생태계가 잘 보존된 도시로 이미 인정받은 셈이다. 여기에 람사르습지도시가 더해졌으니 다른 도시가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 특별한 자산을 갖게 됐다. ''현명한 이용'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관광이 도시 성장의 중요한 콘텐츠가 된 지금, 생태도시 고창의 결실은 빛난다. 고창을 더욱 고창답게 만드는 지혜가 더해지기를 바란다./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