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여든 무렵
릴케의 시 「가을날」을 다시 읽어보네.
과일 한 알이 곱게 물들어가듯
흠결 없는 남은 생에
어떻게 곱게 늙어갈까를 생각하네.
여든 무렵에 다형茶兄의 시
「가을의 기도」를 다시 읽어보네
알몸이 된 나무 위의 까마귀처럼
늙은 시간의 절대고독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를 생각하네.
아, 내 인생의 가을 무렵
뉘엿뉘엿 떨어지는 일몰을 보며
너무도 아쉬운 지상과의 작별,
어떻게 죽음의 순간
맞이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네.
△ ‘팔순’에 다시 읽어 본 릴케의 시 「가을날」은 무대의 마지막 커튼을 닫는 것 같았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첫 행에서 두려움과 무서움, 그러나 곱디고운 “뉘엿뉘엿 떨어지는” 마음의 공간으로 끌어당겼다. “흠결 없는 남은 생”을 위하여 「가을의 기도」는 절대고독을 견디어 낸다. 아름다운 삶의 결실을 맺기 위한 내적인 준비가 부럽다. 생의 굴곡을 일몰의 찬란한 빛처럼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기도할 화자의 모습이 슬프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