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새로움이다

류상록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진흥본부장 

최근 열흘간 세 편의 창극을 봤습니다.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의 <춘향>,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단막창극 <춘향가>와 <수궁가>, 그리고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의 <별난각시>.  세 작품의 창극을 보면서 ‘전라북도가 없었으면 창극은 존재할 수 없겠구나! 하고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입니다. 전라북도의 대표하고 우리 고유의 창작형식인 창극의 새로운 작품 활동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즐거움을 코로나가 지난 가는 시기에 많은 관객과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 세 편의 공통점은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춘향>은 대사에서 현대어를 사용하고 음악적 구성을 새롭게 하고 젊은 예술가를 전진 배치하면서 젊은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단막 창극 <춘향가>와 <수궁가>는 신구의 조화를 통하여 기존의 단막 창극에 비하여 화려해지고 빠른 구성과 전환으로 변화하는 관객에게 신나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별난각시>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현대적인 창조라는 명제아래 도창을 코러스 형태로 바꾸어 혼각시들로 작품을 이끄는 시도를 통해 관객에게 소리의 즐거움과 명확성,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국공립예술단원과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동인제극단이나 프로젝트 그룹의 창작활동과는 다른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작진에게는 더욱 많은 소통과 대화, 그리고 작품 해석에 대한 계속적인 설명과 이해, 그리고 대립과 해소의 반복의 과정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저는 이 세 작품에 참여한 단원들과 외부 제작진 모두에게 큰 박수를 드리는 이유는 코로나19라는 역병의 상황에서도 부단하게 연습하고 꾸준히 갈고 닦아 관객에게 새로운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선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2000년을 새로운 예술의 해를 선언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예술창작의 깃발을 올린 때가 있습니다. 21세기로 맞이하기 위한 예술계의 노력이었지만 생각보다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예술은 결과물보다 과정 속에서 소통과 변화가 중요합니다. 87년의 정치체제 하에서 만들어진 예술계는 미투운동이라는 내적변화와 코로나19라는 외적환경의 변화를 통하여 이제야 진정한 21세기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매일 새로워지려는 예술의 본질적인 노력은 존중 받아야 하며 새로운 시장과 관객을 만들어가는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문학과 시각예술과 다르게 공연예술은 생산과 소비가 한 곳에서 일어나는 특성을 가진 한시적인 예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창작자들이 어려운 부분은 남과 다르게 매번 새롭게 표현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업무상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심사과정도 꼼꼼히 챙기지만 타 지역에 품앗이 심사를 가야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공연계획서에는 창작자의 어려움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적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기획자의 일입니다. 종 종 한 페이지의 계획서와 일곱 여덟 페이지의 경력을 쓰는 단체나 개인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예술은 새로워지는 노력인데 과거에 이야기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새로운 예술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류상록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진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