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승자독식 구도의 선거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환희와 탄식, 아쉬움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다른 때보다 뒤끝이 개운치 않다. 전주시장 선거과정에서 돌출된 선거브로커 녹취록 사건의 여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당선무효가 될 수도 있는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브로커 녹취록 사건은 선거 때마다 소문으로 나돌던 선거브로커의 조직적 선거개입 정황이 비교적 소상하게 담겼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컸다. 녹취록에 유력 후보를 포함한 여러 정치인과 언론인, 그리고 건설업체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수사기관이 녹취록 전체를 아예 공개하고, 철저한 수사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건의 실체가 명백하게 밝혀지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각 후보들은 행여 자신에게 튈 지 모르는 불똥을 차단하기에만 바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낭설을 퍼뜨리기도 했다. 급기야 후보들이 선거브로커와의 연관설을 부인하면서 너도나도 녹취록 전체 공개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사적 대화를 담은 녹취록을 공개할 경우 선거브로커들이 무분별하게 나눈 대화가 마치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특정인이 억울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최근 한 시민단체가 선거브로커 녹취록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검·경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해, 보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수사기관은 이 같은 지역사회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 때마다 곳곳에서 횡행하는 선거브로커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가로막는 독초다. 이번 사건은 그 독초를 뿌리뽑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일부의 우려처럼 꼬리자르기식의 두루뭉술한 수사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검찰과 경찰은 신속하게 선거브로커의 실체와 관련자, 그리고 이들이 실제로 어떤 이권을 주고받았는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