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 14일 노을대교 착공을 위해 조달청에 발주를 요청했다. 노을대교는 총사업비 3870억원을 투입해 바다로 단절된 부안군 곰소만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고창 선운사 도립공원을 잇는 연장 8.86㎞ 짜리 교량이다. 예정대로 오는 2030년 완공되면 현재 80분 정도 소요되는 통행시간이 10분 정도로 단축된다.
노을대교 건설은 지난 2000년 정균환 전 국회의원의 16대 총선 공약으로 시작됐다. 부안과 고창을 잇는 부창대교로 명명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설을 요구한 끝에 부산~경기 파주까지 이어지는 국도 77호선에 포함돼 지난 2005년 기본설계가 끝난 뒤 무려 17년 만에 착공된다. 국도 77호선의 충남 보령 해저터널이 10년 전 착공해 지난해 개통된 것과 비교하면 전북이 얼마나 홀대받았는지 알 수 있다.
노을대교가 연내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전북 홀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재 계획된 노을대교의 차로가 편도 1차로(왕복 2차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을대교는 통행시간 단축과 서해안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 효과를 함께 기대하며 건설하는 교량이다. 편도 1차로 교량 위에 서해안의 낙조를 감상하기 위한 차량들이 늘어설 경우 혼잡이 불가피해 도로 기능마저 상실될 수 있다.
충남 보령 해저터널은 당초 해상 교량으로 건설될 예정이었지만 수십 개의 교각이 천수만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교량 대신 터널 건설로 사업이 변경됐다. 노을대교는 당초 편도 2차로 교량으로 건설이 추진됐지만 경제성(BC)과 교통 수요 부족 등의 반대 논리에 밀려 오히려 편도 1차로 교량으로 축소됐다. 국도라는 이름이 무색한 최소한의 차량 통행만 가능한 시골 도로 수준이다.
편도 1차로 노을대교로는 원활한 차량 통행은 물론 관광 서비스 제공도 불가능하다. 건설 초기 차량 통행 기능만 고려했던 새만금 방조제 도로도 관광 기능이 중시되면서 방조제 상부 도로가 확장돼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노을대교는 서해안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관광형 명품 대교로 탄생할 수 있도록 다시 설계돼야 한다. 새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와 지자체장 및 정치권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