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수도 전북, 그 위상과 역할에 새 지평 열라

백승우 전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니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의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농업은 여전히 홀대다. 국내 농업 생산의 근거지인 농촌지역은 소멸 위기에 있고, 식량자급률은 20%대에 머물러 있다. 전라북도 14개시군 중 10개 시군이 소멸 위기 지역이라고 하니 우리 농업과 농촌은 사면초가의 처지에 몰린 것이다.

 

최근 6.1 지방선거가 끝난 후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인수위를 구성했고, 전라북도는 5개의 분과를 두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수위는 기획조정분과, 경제산업분과, 행정자치분과, 환경복지여성분과, 문화건설안전분과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농업이 없다. 어찌 된 일인가?

 

광역자치단체의 인수위원회 설치 현황을 살펴보니 농업이 빠진 곳은 경기도를 제외하고, 전라북도가 유일하다. 강원도의 경우만 하더라도 4개의 분과 안에 복지농림수산분과를 두고 있다. 비판을 의식이라도 한 듯 급구성한 듯한 농생명진흥 기획단(TF)은 그 ‘정체성’이 모호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전라북도지사 인수위의 구성은 농업 수도(agro capital) 전북의 위상을 무색하게 하고, 농생명 산업 관련 주체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물론, 인수위 구성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긴 어려우나 당선인의 농생명산업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이 가벼이 넘겨지지 않는다.

 

인류는 농업과 함께 발전해 왔다. 바이러스, 전쟁, 기후변화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로 농업이 위기에 빠져 있지만 여전히 ‘농업’은 인류의 동반자이자 미래다. 농생명 산업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나아가 농업 수도 전라북도를 견인할 강력한 무기다. 적극적인 활농(活農) 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농업인의 마음을 녹여 떠나지 않고 머물고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산물 가격 폭락에도 농사를 지어내야 하는 농업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대농뿐 아니라 중소 가족 농들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보람 찾는 농민, 제값 받는 농업, 활력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삼락농정’의 허와 실을 면밀히 분석하여 전북 농생명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지역 농업을 과감히 혁신해 농식품산업이 전라북도의 기간산업이자 미래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라. 

 

전라북도는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 한국농수산대학 등 농생명 식품산업 관계기관이 이전해왔다. 명실상부하게 농도를 넘어 농업 수도로서의 기능을 두루 갖춘 지역이 되었고, 그 위상과 역할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민생 회복과 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관영 당선인의 당찬 포부가 인상 깊다. 전라북도가 현장 중심의 활농(活農) 정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미래 농업의 견인차 역할을 능히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승우 전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