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끝난 지방 선거 시기에 덩달아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도내 언론사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 추이를 매일 점검하며 후보들을 찾아다녔다. 바로 지자체 실업팀 창단과 운영 관련 사업 때문이었다.
후보들과 대부분 선거사무소에서 미팅이 이뤄졌지만 초를 다투는 후보들이 현장에서 만남을 요구하면 군말 없이 현장 출동을 감행했다. 논두렁에서부터 동네 어귀 마을회관까지 만나기 원하는 장소는 상관없었다. 14개 시군을 하루 300~400km 거리를 돌며 강행군을 지속했다. 시장 군수 캠프만 찾은 것이 아니라 도 예산을 심의하는 일부 도의원 후보들의 방문도 빼놓지 않았다. 지자체 실업팀 창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면 지옥의 불속이라도 뛰어 들어가야 할 처지였다.
예전 전북은 체육 분야가 유독 강했다. 70년대에 전성기였고 90년대 초반까지 전국 16개 시도 중 상위권의 종합순위를 유지했었다. 1974년 서울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체전에서는 당시 최강 서울 선수단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해 도민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현재 전북 체육은 초라하다. 가장 최근 마지막으로 참가한 제100회 서울 전국체전에서 11위에 그쳤다. 전국체전의 종합순위는 그 해당 광역단체의 자존심이자 지표다. 올림픽에서 각 국가가 상위권 종합순위에 목을 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전북은 현실적으로 아무리 용을 써도 8위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가 없는 구조다. 실업팀이 없어서 출전조차 못하는 형국이다. 하키의 메카인 김제시의 경우 김제여중, 김제중, 김제여고, 김제고에서 하키팀을 육성하고 있지만 경기를 출전할 엔트리가 부족할 정도로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키를 하려는 꿈나무 선수들과 학부형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도내에서 하키 실업팀을 창단하고 육성할 곳은 사실상 김제시청이 유일하다. 하지만 김제시는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지 오래다. 김제시청에서는 여자 태권도팀이 소수의 선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기간 몇 차례 김제시에 여자 태권도팀을 존속하면서 직간접으로 하키 실업팀 창단을 유도하고 설득했지만 항상 돌아오는 반응은 늘 차가웠다.
하지만 최근 반전 분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김제시장으로 당선된 정성주 당선인을 여론조사 1위 후보에 약간 뒤쳐질 때 선거 캠프에 찾았다. 다부진 체격에 똑소리 나는 추진력의 정치인이다. 3선 시의원에 시의장 출신이다. 당시 정 후보에게 실업팀 창단의 필요성에 설명하자 그 자리에서 동의했고 본인의 시의원 시절에 항상 염두에 뒀던 사업이라고 되려 방문자들을 격려했다. 김제시에 이어 전주시 우범기 시장 당선자도 남자 배드민턴 창단을 선거기간 약속했고 순창군 최영일 당선자도 지역 학교 운동부가 있는 역도와 소프트테니스부 실업팀 창단을 공약집에 넣었다. 권익현 부안군수도 현재 운영중인 기존 요트부에 바둑을 추가 창단하겠다고 공언했고, 전춘성 진안군수도 테니스부 창단을 약속했다. 도의원 출신이어서 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학수 정읍시 당선자도 정읍중과 정읍고에서 육성하고 있는 검도와 핸드볼 전통의 강호 정일여중과 정읍여고의 핸드볼부 출신들의 타 시도 유출을 걱정하며 검도부와 여자 핸드볼부 창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인라인 스케이팅과 복싱의 고장 남원은 최경식 당선인이 당선후 실업팀 창단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장수군수 최훈식 당선인에게는 승마부 창단을 설명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고 완주군수 유희태 군수 당선인은 완주 소양에 있는 전북체고 근대5종 선수들의 타 시도 유출을 공감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취임후 근대5종 창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기폭점으로 지자체 실업팀 창단붐이 일어 전북체육 제2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한다.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