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주도하는 해운리더로 가는 길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해상무역은 기원전 3,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어 그 중심지가 로마제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으로 점차 이동해 왔으며 당시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나라들은 자국의 해운 산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세계 강대국이 되었다.

 

전 세계 무역 중 해상운송이 84%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글로벌 해운리더 국가가 되어 자국에 경제적 풍요로움을 안겨주기 위한 국가들 간의 주도권 경쟁은 현재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는 글로벌 3위까지 유럽 선사들(스위스, 덴마크, 프랑스)이 장악하면서 전 세계 선박의 절반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으며, 벌크선 부문도 중국과 그리스가 보유한 선박들이 각각 23%와 22%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유럽의 해운리더 국가들은 국민 모두가 해운 산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민간 선박투자를 활성화 했고, 이에 선사들은 높은 투자수익과 고용 등의 국부창출로 보답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어 있다.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의 과감한 선박투자 및 보조금 지급뿐만 아니라 막대한 양의 자국 화물을 자국 선사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운송한다는 이른바 ‘국수국조(國輸國造)’ 원칙을 세워 해운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국적 선사들의 전 세계 선박 점유율은 약 5%를 기록하며 선복량 순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그러나 국제 해운환경 변화는 우리가 글로벌 해운리더로 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탄소중립과 해상물류 패턴의 변화 등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글로벌 해운리더 국가들과 대등하게 경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해상환경규제가 빠르게 강화되면서 향후 전 세계 6만 척이 넘는 화물선들을 모두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교체해야 함에 따라 앞으로는 친환경 선박 확보율이 곧 글로벌 선복량 점유율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합심하여 친환경 선박 확보를 위한 선박금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적선사들의 순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경쟁국들을 제치고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해상물류의 중심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점도 우리 선사들에게 좋은 기회이다. 전 세계 상위 10개 컨테이너 항만들 중 중국의 상해항이나 우리나라 부산항 등 9개 주요 거점 항만들이 모두 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어 우리 선사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선사들에 비해 많은 화물들을 선점하기 위한 지리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맞아 아시아 지역이 새로운 공급망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물동량이 더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 선사들이 공동으로 신규 항로를 개척하여 수익을 공유하고 위험을 분산하는 새로운 K-얼라이언스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매우 의미가 깊다.

 

탄소중립시대의 도래, 코로나 엔데믹, 글로벌 물류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글로벌 해운산업도 빠르게 재편되면서 새로운 해운 리더국가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정부, 공사, 금융, 국적선사들이 힘을 모아 흔들림 없이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면 그 주인공이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되어 그 옛날 해상무역을 통해 강대국이 되었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