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총선

지난 1일 치러진 지방선거를 다시 복기해 보면 2년 뒤 총선 판도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물론 난마처럼 얽힌 정치적 함수관계에다 정권 교체로 여야가 뒤바뀐 정치 환경에 따라 변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당초 이번 선거는 무소속 돌풍이 거셀 것으로 내다봤지만 종국엔 미풍에 그치면서 총선 기상도 또한 안갯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하지만 4-5군데 선거구는 총선 전초전을 방불케 함으로써 샅바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 지역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총선 파장도 상당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포석에 둔 ‘작업’ 기류는 공천 과정에서 감지됐다고 한다. 자치단체장 여론조사 1위 후보가 6군데에서 컷오프 되자 그때부터 윗선의 공천 개입설이 흘러나왔다.  "사실상 정당이 유권자의 후보 선택권을 가로챘다" 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컷오프 된 5명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강세를 점친 것도 공천 후폭풍에 따른 유권자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둘러싼 총선 흐름도 눈여겨봐야 한다. ‘공천이 곧 당선’ 으로 인식된 도의원 단수공천에서 도당위원장인 김성주의원 지역구에서 9명 중 4명이 추천을 받자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 가운데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자의 승리 도우미역할을 했던 임정엽 전 군수의 총선 선택지도 관심사다. 또한 고교 선후배인 김윤덕-조지훈의 풀어지지 않은 응어리가 총선에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임순남 지역은 국민의힘으로 옮긴 이용호 의원 공백으로 민주당 경선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 지역위원장 대행을 맡았던 이환주 남원시장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3선 불출마로 그는 일찌감치 최경식 당선자를 후임으로 점찍어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시장 선거에서 분루를 삼킨 윤승호 강동원 씨의 움직임이 총선 변수임은 틀림없다.

무엇보다 반전 드라마로 이목을 집중시킨 곳이 정읍시장 선거다. 여론조사 1,2위 후보가 나란히 컷오프 되자 이학수 후보가 어부지리로 시장에 당선됐다. 공천위원장을 맡은 윤준병 의원에 감정이 좋지 않은 김민영 유진섭의 향후 반격이 주목된다. 완주-무진장 지역도 마찬가지다. 송 지사 컷오프와 관련해 배후 인물로 낙인 찍힌 안호영 의원 부정적 이미지에다 전북도 경제부지사로 영입된 진안 출신 김종훈 전 차관의 출마설까지 나돌아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역에서 오랜 세월 지내다 보면 인지도와 덕(德)은 쌓을 수 있지만 실제 선거 조직력을 갖추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국회의원과 시장군수는 물론 지방의원, 조합장 선거까지 품앗이 구조의 기득권 먹이사슬로 엮여진 탓이다. 이런 정치적 카르텔 속에서 어떤 선거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출마자의 심정이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