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혼불문학관의 다리 난간이 부서지면서 관광객이 크게 다쳐 관광지 시설물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8일 남원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 45분께 혼불문학관 앞 청호저수지 청호교에서 60대 관람객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호교에서 사진을 찍던 중 난관이 부서지면서 저수지로 추락해 A씨는 갈비뼈, 척추 등에 골절상을 입고 B씨는 발목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에는 오랜 가뭄 때문에 추락 지점의 수심이 깊진 않았지만 만약 물이 불어나 있었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사고는 사전 점검을 통해 막을 수 있었던,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장을 취재한 결과 목조로 만들어진 청호교 곳곳에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슬거나 부식된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또 다른 다리 난간 역시 쉽게 들릴 정도로 흔들려 언제 교체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청호교 진출입로는 잡풀이 우거지고, 매점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컨테이너는 먼지로 가득하고 녹이 슨 채 방치돼 그동안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사고가 발생한 난간 반대쪽에는 10m가량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댐도 있다.
그러나 수영을 금지하는 안내문에 설치돼 있을 뿐 추락사고 주의를 알리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청호저수지는 소설 '혼불'의 주요 배경지로,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3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남원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 불구하고 재해위험지구인 청호저수지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청호교의 사고 위험이 커 행정당국에 요구한 대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시민은 "이번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인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여름철 집중호우를 앞두고 지역 내 관광시설에 대한 일괄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시는 당초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혼불문학관을 휴관하고 대대적인 환경정리를 하려던 차에 민원 등으로 공사가 지체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청호교 난관을 일부 개·보수했지만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다음 달 초 청호저수지 전체를 대상으로 보수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며,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청호교를 철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