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마중물

박광안 수필가

고향집에는 지하수를 개발하여 물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텅 빈 집이라서 텃밭을 가꿀 때 가끔 필요하게 쓰고 있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물이 따르기 마련이다. 농사를 지을 때도 물이 없으면 어려움이 많다.

지난 가을에 사용하고 겨울잠을 자고 있다가 봄을 알리는 경칩 무렵에 찾아갔다. 전기 스위치를 올리니 모터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물이 나오지 않아 박스를 열고 모터를 살펴봐도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모터가 오래 사용하여 고장이 나서 새로운 모터로 3년 전에 교체하였다. 전에 모터는 뚜껑을 뺀지로 열고 물을 부으면 물이 나왔는데 새로운 모터는 구조가 달라 기구가 있어야 뚜껑을 돌려 열어야 하는데 필요한 연장이 없어 할 수가 없었다.

답답하여 동네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을 찾아갔다.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니, 집에 와서 보더니만 물이 내려가서 마중물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연장을 가지고 뚜껑을 열고 물을 부어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하면서 다른 쪽 통의 마개를 열고 보니 공기가 차서 그렇다며 테이프로 뚜껑을 감아 조였다. 통에 마중물을 넣고 조금 기다리니 물이 솟구쳐 올라오며 펑펑 쏟아졌다. 모르는 것이 많아 일상생활을 하는데 알아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생이 없었다면 기술자를 찾아가 출장하여 고쳐야 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모든 것을 자기가 해결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수 만 가지의 직업이 생겨나 상부상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어 손재주가 있는 사람을 보았다. 여러 가지를 잘하여 많은 사람들의 간단한 어려움을 여기저기서 오라고 하면 찾아가 해결해주는 마중물 같은 사람이 부러웠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아픈 곳을 찾아내어 치료를 하듯이 기계도 고장 난 원인을 찾아내어 고쳐야한다. 지금은 전기의 힘으로 모터를 돌려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운동을 하다가 땀 흘리고 갈증이 나면 우물가에 가서 펌프에 한바가지 물을 붓고 손잡이를 힘껏 올렸다 내렸다 하면 물이 출렁 출렁 나왔다. 시원한 물을 한바가지 받아서 꿀꺽꿀꺽 마시면 뱃속이 시원하였다. 어려웠던 시절에 음료수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도 어려움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을 때 손을 잡고 끌어주는 마중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19의 전염병이 지구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2년 동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였다. 확진판정이 나면 1주일간 격리를 하여야 하므로 생활품과 지원금으로 위로해주고 있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예술인과 관광업체도 큰 고난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갈증을 풀어주는 재난지원금으로 마중물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고향집에서 막혔던 지하수물이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준 마중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다. 우리들의 인생 여정에서도 서로가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 한곳에서 머무르고 있는 물을 흘러갈 수 있게 해주는 마중물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박광안 수필가는 교직에서 정년퇴임했으며 ‘인간과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아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다. 덕진문학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수필집 ‘연못가 새 노래’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