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진다’고 하는 일명 ‘지방대 벚꽃엔딩’은 단지 대학만의 운명이 아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소멸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위기가 지금 현실로 다가와 있다. 윤석열정부가 국정목표의 하나로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균형발전 정책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국정과제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방대 육성 정책도 담았다. ‘지방시대’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놓았지만 과연 현 정부가 지방의 위기를 대한민국 소멸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오히려 불균형만 키웠다. 겉으로 내세운 정책 방향과 상관없이 위정자들이 수도권 중심의 국정운영 기조를 버리지 못한 탓이다. 그 사이 수도권은 지방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됐고, 지방은 날로 피폐해졌다.
지방시대를 외친 새 정부의 행보도 실망스럽다. 교육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양성을 위해 현재 묶여있는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방안을 내놓았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의 벚꽃엔딩은 더 빨라질 것이다. 정부가 표방한 국정목표, 그리고 국정과제인 ‘이제는 지방대학시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부의 방침에 집단 반발하고 나선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기울여야 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인력이 부족하다면 마땅히 지방대학에서 양성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은 증원 대신 내부 정원 조정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시대의 소명이다. 수도권 대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방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의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비대해진 수도권, 소멸 위기의 지방을 정상으로 되돌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지역발전의 플랫폼인 지방대학 육성정책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정작 수도권 중심의 국정운영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수도권 일극체제만 강화한 역대 정부의 과오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