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다리골,
섣달부터 정월 내내 저 삼천팔백오십 마리의 황태덕장,
오장육부 죄다 수행에 들어
속엣것 다 내어주는 찬란한 보시
눈보라가 덕장 사잇길로 달음박질하고, 칼바람이 구름의 표정을 읽고 있을 황태의 등짝을 만져주고 있다. 바람은 묶인 황태를 채찍질하며 ‘맛’을 토닥거리고 있다. 두 마리씩 묶여 비움으로 “섣달부터 정월 내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다. 제 몸 말려들어 가는 아픔이 어느 날 갑자기 감정 이입이 되는 날, 강풍에 몸서리치는 황태 꼬리는 보이지 않고 바짝 깡마른 몸뚱어리가 나의 마음을 건드렸다. “찬란한 보시”라고 화자가 말했던가. 밤잠 설치는 날 가난한 시인은 황태덕장 바람 소리가 들렸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