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민간단체 보조금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북자원봉사센터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봉사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고, 전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남원시지부는 장애인복지카드를 불법 사용해 보조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자신들이 땀흘려 번 돈이었다면 그렇게 허투루 사용하고 부실하게 관리했을까 싶다.
지난달 협회 산하 남원시지부의 보조금 부당청구 의혹을 제기했던 전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는 지난 12일 남원시지부와 남원시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남원시지부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남원시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보조금 정산서에 증빙자료가 없는데도 정산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남원시지부가 10여 장의 장애인복지카드를 보관하며 일부 업소에서 사용한 것이 지부의 사적인 용도 아니었는지도 문제삼았다.
전북자원봉사센터의 미확인 봉사단체 보조금 지급과 보조금 부적정 처리도 비판받고 있다. 센터 직원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최근 4년간 보조금 1800만원이 지원된 전주·고창·부안지역 봉사단체 3곳이 1365 자원봉사 포털이나 지자체에 등록되지 않은 단체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실체가 없는 허위봉사단체로 센터 직원이 다른 단체의 봉사활동 사진을 끼워넣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보조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는 보조금의 부실한 집행과 관리를 바로잡아 달라며 남원시지부 관계자와 남원시 공무원들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전북자원봉사센터의 최근 5년간 보조금 집행 등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인 전북도는 증빙자료와 세금자료 누락 등 300여건의 보조금 부적정 처리 사례를 적발해 이달 말부터 센터에 대한 도비 보조사업 추진상황 및 복무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민간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지원받는 기관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눈 먼 돈이 아니다. 행정력이 감당하기 어렵거나 행정 효율성 제고를 위해 민간단체에 믿고 맡기는 국민들의 혈세다. 보조금을 멋대로 사용한 민간단체나 보조금을 지원한 뒤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행정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 경찰은 차제에 보조금 횡령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