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국내 1호를 자처하며 야심차게 추진한 ‘한옥마을 관광트램’ 사업이 결국 백지화 수순을 밟게됐다. 관광객들이 전선이 필요 없는 무가선 노면 전철을 타고 한옥마을 구석구석을 쉽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전주시의 구상이었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침체기로 접어든 한옥마을 관광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트램 전용노선이 아니라 일반도로를 자동차와 공동 이용하는 방식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한 게 문제였다. 사고 발생을 우려한 경찰청이 도로교통법을 내세워 보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전주시의 졸속행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민단체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더욱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할 사업’이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전주시는 외면했다. 심지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5월로 예정됐던 착공 일정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결국은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장밋빛 청사진을 만들어 내놓으면서 막대한 용역비만 낭비한 꼴이 됐다. 이에 앞서 2000년대 초에도 전주시는 경전철 도입을 추진했고 결국 무산되면서 막대한 예산만 날린 경험이 있다.
민선 8기 우범기 전주시장 역시 한옥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장밋빛 공약을 내놓았다. 전주 동부대로 아중역 인근에서 아중호수를 지나 기린봉에 오른 다음 한옥마을까지 이어지는 2.7km 코스의 케이블카를 가설해 한옥마을의 관광테마를 다양화하고 야간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충분한 타당성 검증도 없이 관광 활성화를 내세운 케이블카 설치 붐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전주 한옥마을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됐고, 이제 예향 전주를 상징하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부터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침체기에 접어든 게 사실이지만 관광 활성화 대책을 너무 조급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 우 시장의 공약인 한옥마을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충분한 검토와 지역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 장밋빛 청사진만 서둘러 내놓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졸속행정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