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와 같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서 발생되어 사람들의 상호 작용과 협력 방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개인 혹은 집단에 이익을 주는 무형의 자산’. ‘사회적 자본’의 사전적 의미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자본에 눈을 뜬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외에 좀 더 새로운 자본이 필요해지면서 등장한 사회적 자본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집중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주목되는 것은 다양한 환경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사회적 자본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얼마나 될까.
영국의 ‘씽크탱크’인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는 해마다 ‘레가툼 세계번영지수’를 발표한다. ‘세계번영지수’는 국가의 물질적 부와 국민의 삶의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다소의 변동은 있겠으나 대체로 경제, 기업 환경, 국가 경영, 교육, 보건, 안전 · 안보, 개인의 자유, 사회적 자본, 자연환경 등 9개 분야의 지표가 기준이 된다.
2020년 발표한 ‘세계번영지수’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은 29위. 2019년과 같은 결과였다.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했으니 나름 상위권에 진입해 있다는 말이겠으나 아쉬움은 따로 있다. 교육이나 보건 등의 분야는 최상위권에 놓여있지만 142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사회적 자본의 지수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최근의 환경을 반영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공유된 제도와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의 사회적 자산 일체’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자본이 이제 물적, 인적자본과 함께 경제적 성장을 가져오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거래비용이 적고 효율성이 높은 사회적 자본은 생산성이 높아 경제적 성장을 이끈다.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내는 첫 번째 동력은 ‘신뢰’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세계번영지수 상위권 나라들이 복지국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신뢰’가 있다. 국민 간의 신뢰가 높고 이를 보장하는 법 제도의 장치가 잘 구축되어 있으니 사회적 자본이 탄탄하게 구축되었을 것이다.
들여다보니 한국의 사회적 자본 순위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15년 ‘세계번영지수’에서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85위, 그 당시도 하위권이었으나 불과 5년 만에 큰 폭으로 더 추락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 사회 불신의 벽이 그만큼 더 견고해졌다는 증거일 터. 사회적 자본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이 막혀있는 듯한 오늘의 형국을 마주하니 더 안타깝다./김은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