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전북에서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에 불만이 많다. 전북에서 윤석열 후보 한테 20% 이상만 표를 줬어도 뭔가 지역발전의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었을 터인데 하면서 아쉬움과 섭섭함을 토로한다. 그간 정 의원은 서진정책에 따라 나름대로 지역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상당수 도민들이 표로 보답해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80% 얻으면 당선될 것으로 여긴 상황에서 이 보다 많은 83%를 얻어갔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가 전북에서 14.4%를 얻은 건 대단한 결과였다.
정 의원이 전주에 내려와 2010년 지사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하는 등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그의 말을 빌리면 당시에는 말 붙일 사람도 없고 냉담 그 자체였다는 것. 아예 묻지도 따지지도 안은 동토나 같았다고 회고한다. 지금은 어디를 가서라도 신분을 밝히고 다소 예민한 이야기를 꺼내 들어도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대화의 통로가 마련됐다는 것.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여전히 표밭은 얼어붙어 있다는 것. 민주당이 장악한 전북에서 정의원이 쌍발통론을 꺼내 든 것은 진보와 보수가 힘을 합쳐야 낙후된 전북발전을 이뤄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광우병 파동으로 5개월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끝없이 그가 도전장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렵게 고려대를 다녔던 학창시절 때 배웠던 도전과 응전정신이 아닐까 한다. 당시 어렵게 공부했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학생신분으로서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막노동판에서 피와 땀을 흘렸다. 해남으로 내려가 참다래농장을 일궜던 것도 그의 은근과 끈기 그리고 배짱 때문에 가능했다. 인촌 김성수선생의 고창 생가에서 태어난 것을 가슴에 아로새기며 항상 큰 뜻을 품어온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신념으로 여기며 젊음을 불살라왔다.
그가 20대 총선 때 전주을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운발이 크게 작용한 탓이 컸지만 성실성과 진정성이 엿보여 가능했다. LH본사를 진주로 빼앗겼을 때 그가 전주 호남제일문 옆에서 함거를 타고 속죄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일부에서는 쇼 한다고 했지만 정치인으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비례대표인 정 의원은 정치적 상황이 바뀌어 여당 국회의원으로 전북 도당위원장을 또 맡았다. 20·21대 연속 국회예특위원을 맡아 전북 국가예산 8조원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다했다.
내년 4·5 재선거때 전주완산을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그로서는 해야 할일이 많다. 먼저 윤석열 정권과의 교량역을 충실히 수행, 전북 몫을 가져와야 한다. 지역인재들이 발탁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민들이 국힘 후보들한테 표를 주지 않았다고 불만만 나타낼 게 아니라 더 진정성을 느끼도록 가슴으로 다가서길 바란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보다는 지금처럼 자만하지 않고 전북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도민들도 생각이 바꿔질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