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허물의 온기 - 윤명규

언제부터일까

뒤꿈치 터진 양말 한 켤레

함부로 걸려있네

 

고단한 발품으로 찢긴 상처

후우욱

구멍으로 빠져나온 한숨이

가슴속을 파고드네

 

어느새 흰머리가 돋고

복숭아뼈 그 자리에

새겨진 꽃잎 두 쌍

거친 들길 걷다 걷다

보풀로 물집이 맺혀있네

 

가늘게 떨고 있는 울타리 코끝

구멍 난 양말 한 켤레

아내의 고단한 하루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네

 

△고단한 하루가 키워내는 것들이 있다. 구멍 난 양말이 돋아주는 것들이 있다. 가진 것 없어도 기백만큼은 짱짱한 젊은 아버지들과 나이는 들었어도 사랑은 아직도 낡지 않은 부모님들과 풋과일처럼 상큼하나 아직은 덜 성숙한 아이들을 저 구멍 난 양말이 키웠다. 정작 본인은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한 번도 위태롭지 않았던 것처럼 태연하게 웃어주는 아내가 키웠다. 해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