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총경도 "경찰국 신설 반대" 목소리

백순상 전 총경 "경찰 조직 없애려는 행위"
강황수 전북청장, 28일 경감 이하 의견수렴

백순상 전 총경이 27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자 경찰관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전직 총경도 ‘경찰국 신설’의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백순상(70) 전 총경은 지난 26일부터 ‘경찰국 신설 반대’를 위한 1인 시위를 전북경찰청 앞에서 이어가고 있다.

백 전 총경은 27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신설은 불필요한 정책”이라며 “경찰 장악을 넘어 경찰조직을 없애려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밥그릇을 가지고 투정한다’라는 여당 의원의 표현만 보더라도 현 정부가 그동안 경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경찰국이 신설될 경우 정권에 휘둘리고 이용만 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하나회의 12‧12쿠데타’와 ‘위수지역 이탈’발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백 전 총경은 “최근 총경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은 실질적으로 휴가를 내거나 연차를 내서 합법적으로 참석한 것”이라며 “위수지역 이탈은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표현하는 것이다. 행안부 장관의 위수지역을 벗어났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회와 쿠데타 발언은 경찰을 깔아뭉개기 위한 엉뚱한 이야기”라면서 “행안부 장관의 해당 발언은 경찰에 분풀이를 하기 위한 과잉발언”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직에 있는 경찰관들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면서 하는 행동은 위험을 각오하고 하는 행동이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경찰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죄를 지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나서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내부 불만도 거세지자 전북경찰은 수습에 나섰다. 

강황수 전북경찰청장은 28일 오후 2시 전북청 1층 대회의실에서 경찰국 신설과 관련된 경감이하의 경찰관들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선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자세한 정책설명과 함께 일선 경찰관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다. 이 자리에는 전북의 경찰관들이 다수 참여해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단체도 ‘경찰국 신설’의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인권누리는 논평을 내고 “윤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경찰을 권력기관이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의 인권 보호를 무너뜨리고 경찰을 장악하기 위한 위법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관 소속의 경찰국 신설이라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경찰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 시대의 허상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한다”면서 “경찰이 스스로 권력의 하수인을 거부하고 경찰권 장악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우리는 강한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한편,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해당 안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필요 인력 13명(치안감 1명, 총경 1명, 총경 또는 3·4급 1명, 총경 또는 4급 1명, 경정 4명, 경감 1명, 경위 4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국 신설안은 다음 달 2일부터 공포·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