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지자체 협력, 지역소멸 막을 단 하나의 열쇠

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계 최대의 조선소 코쿰스(Kockums)가 자리한 스웨덴의 말뫼(Malmoe)는 ‘말뫼의 눈물’로 유명하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을 2002년 우리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했고, 말뫼 시민들은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말뫼 시민의 15%인 3만5천명이 떠났고, 실업률은 15%를 넘었다. 현재는 ‘말뫼의 눈물’이 ‘말뫼의 웃음’으로 변해 있다. 인구가 10만 명이나 늘어났고 7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무엇이 ‘말뫼의 기적’을 가능하게 했을까?

기적의 중심에는 ‘말뫼대학’이 있다. 중앙정부의 투자를 유치해 1998년 개교한 말뫼대학은 옛 코쿰스 조선소 부지에 들어서 있다. 약 2만4천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고 현재는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다. 말뫼대학은 시 예산 50%와 기업 투자기금 50%로 설립된 창업보육센터(미디어 에볼루션 시티)의 핵심으로서 도시의 신산업 유치 및 창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의학과 바이오 및 IT 분야 기업의 유럽 본사를 유치함으로서 첨단산업 도시로 변신한 말뫼시 글로벌 기업 연구인력의 거점이 되었다. 이와 함께, 과거 제조업의 도시였던 말뫼시는 말뫼대학을 구심점으로 한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구축됐다. 졸업생의 상당수가 말뫼에 남아 취업하는 등 교육과 취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쇠퇴의 길을 걷던 말뫼시는 대학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유럽에서 손꼽히는 산학연구단지로 변모했다.

전북은 교육 중심지이자 대한민국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문화 중심지이다. 교육과 문화가 어우러져 콘텐츠가 중시되는 시대흐름에 부합할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지역균형개발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이 없다보니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가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할 묘안은 없을까?

이 문제 해결의 중심에는 국가거점국립대인 전북대학교가 있다. 전북대는 지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일 뿐 아니라 많은 인․물적 인프라를 갖고 있어 성장 동력이 되기에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이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지역을 젊게 만들 수 있고, 신산업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선 대학이 가진 분야별 클러스터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 먼저, 산학협력을 통해 유관기관의 물리적 집적화(산학융합플라자)를 이루어 연구자 친화형 산학협력 지원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World Class JBNU 특성화 연구소를 대학에 육성해 전라북도-전북대학교 연계 미래전략산업 육성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창업지원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대학자산 가치창출과 기술사업화를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만금 거점 산학협력 생태계 활성화 및 전라북도 기업 연합 계약학과 설치 등 지역혁신 공유 생태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즉, 대학이 중심이 되어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세계에는 대학을 동력 삼아 지역과 대학이 함께 발전한 예가 많다. 대학은 성장 동력이 고갈된 한국의 구원투수이자 지역을 살리는 주역이 될 수 있다. 지역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과거 정부의 획일적인 기준에 피해를 봤던 지역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송양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