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점령한 플라스틱, 안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지난 3월 22일,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군산해경, 해양환경공단, 군산시 낚시인협회 등과 함께 비응항 서방파제에서 ‘깨끗海’ 캠페인을 겸한 해양정화활동을 실시하였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해양쓰레기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는 양반이었다. 방파제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암석 틈틈이에 쓰레기가 들어차지 않은 곳이 없었다. 빈 페트병, 술병, 음료수병, 커피용기, 라면봉지, 나무젓가락, 낚시 봉돌, 엉켜있는 낚싯줄, 낚시바늘, 낡은 밧줄과 폐그물 등.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좁쌀 만한 크기로 부서져 버린 스티로폼 가루였다. 버려진 후 풍우에 시달리다 잘게 부서져 돌 틈 사이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고 수거하기도 어려웠다.

 

해양수산부가 동·서·남해안 40개(2021년부터는 60개) 지역에서 두달에 한번씩 실시하는 ‘국가 해안가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수거한 해안쓰레기는 219,202개(14,956㎏)이며, 이중 플라스틱은 187,584개(8,198㎏)이다. 해안쓰레기 중 플라스틱이 85.6% (무게기준으로는 54.8%)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어 미세하게 쪼개지면 바다동물이 먹이로 착각하여 먹게 되고 최종적으로 우리 식탁에까지 올라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혈관을 통해 간, 심장, 뇌까지 침투하여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최근 실험결과 염증 및 불임, 암 등과도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고, 플라스틱이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정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렇게 편리함을 가져다 준 플라스틱이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들은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망각한 채 살아왔다. 나중에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취해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귀찮음이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우리 모두가 한번 쯤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국내외에서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고 각 국가별로도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정확한 양이나  위치에 대한 집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내에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가 미세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쓰레기를 버리면 안된다고 배웠다. 배운대로 버리지 않으면 된다.

 

지금 당장 내 손에 들려있는 페트병, 커피용기, 비닐봉지를 되가져와서 제대로 분리 배출하면 된다. 오늘부터 실천해보자. 습관을 만들어보자. 당장은 귀찮더라도 반복하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혼탁하고 어둡고 위험한 바다를 물려줄 것인지,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물려줄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오늘부터 습관을 만들어 보자. 모든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실천이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해양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