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청내 테니스 코트와 농구장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 이들 체육시설을 없애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주민 건강보다 자동차를 위해 체육시설을 없애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들 체육시설을 없애더라도 도청의 주차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전북도는 청내 주차공간 확충을 놓고 고민중이다. 차량 증가세 속에 주차공간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청 북문 앞 도로에는 청내 주차를 하지 못한 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돼 있다. 도의원들을 만나러 오는 민원인들의 주차 불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청사의 주차난은 전북도청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0월 충남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를 제외한 전국 8개 도청의 직원 1인당 주차공간은 충남도청이 0.92대로 가장 넓었다. 경북도청(0.83대), 전북도청(0.73대), 경기도청 북부청사(0.70대) 등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전남도청(0.59대), 경남도청(0.52대), 경기도청 수원청사(0.31대), 충북도청(0.25대), 강원도청(0.22대) 순으로 주차난이 심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 “오래된 건축과 정원을 살려 도청을 명품 미술관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도청)밖에 주차타워를 설치해 ‘차 없는 도청’을 만들 것”이라며 “도청 주차장을 꽉 채운 자동차들은 이제 ‘소풍’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면적에 비해 많은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주차타워 밖에 없다. 실제로 울산광역시는 청사와 연결된 360여면 규모의 8층 짜리 주차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청 테니스 코트는 직원과 일반 주민들이 함께 애용하는 체육시설이다. 평일과 주말 구분없이 이른 아침과 오후 시간대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건강을 지키려는 주민들로 붐빈다. 도청 직원들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테니스 코트와 맞닿은 농구장은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애용하는 시설이다.
테니스 코트 같은 체육시설 폐쇄는 가장 손쉬운 주차난 해소 대책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시설 폐쇄를 통한 주차공간 확보는 주차난 해소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전북경찰청과 전북도교육청은 수년 전 청내 테니스 코트를 없애 주차공간을 늘렸지만 그만큼 차량도 늘어 주차난은 여전하다.
체육시설을 없애 주차장을 만들고도 주차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도청 앞 정원과 광장을 없애 주차장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김관영 지사는 도민 건강 증진을 위해 각 시군에 50억원 씩의 체육시설 건립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전북도가 자동차를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기존 체육시설을 없애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북도청의 주차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인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