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계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위기들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1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를 통해 도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59.4%가 농업·농촌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이 가지는 가치와 관련해 ‘가치가 많다’고 답했다. 이에 따른 조세 부담 의사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유지·보전을 위해 추가 세금을 부담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도시민의 60.1%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4-H본부의 2020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중 7명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공감하며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중에선 식량안보에 5점 만점에 4.43점을 주어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이어 환경·생태계 보전(4.38점), 농촌경관 보전(4.05점) 순으로 조사됐다.
WTO 출범 이후 순차적으로 도입한 쌀 변동직불금이 2020년 공익직불제로 전면 개편된 것은 이처럼 농어촌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해 3월부터 시행된 수산분야 공익직불제, 금년 10월 시행될 임업·산림 공익직불제 역시 공익적 가치에 대한 재조명의 산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도 운영과정에서 공익직불제의 본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9년 정부는 쌀 변동직불금을 공익직불제로 통합 개편 작업을 하면서 쌀값 안정을 약속했지만, 밭 농업직불금(2019년 1,616억원)을 공익직불제에 포함시켜 결국은 쌀값 폭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공익직불제의 예산 제약을 핑계삼아 실경작자임에도 「‘17~’19년 쌀·밭·조건불리 직불금을 1회 이상 수령한 농지」만을 지급대상으로 한정한 탓에 공익직불금의 사각지대 및 차별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필자는 이러한 공익직불제의 차별과 사각지대 개선을 위해 지난해 10월 29일 기본직불금 지급대상 농지요건 중 ‘17~’19년 직불금 지급실적 요건을 삭제하는 공익직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금년 정기국회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의 ‘공익직불금 2배 확대’ 공약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5조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5년간 추가적으로 총 2조 6천억원(연 5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3천억원만을 반영했다. 쌀값 폭락과 생산비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민들에게 또다른 실망감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위해서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농업·농촌이 결국은 국가 안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환경·생태계를 지키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는 증표다.
이제 내년도 정부예산을 심의할 정기국회가 본격화된다. 농업 등의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익직불제 재원, 쌀을 적정가격으로 유지하거나 보상할 수 있는 재원 등을 2023년 정부예산안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공익직불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공익직불법 개정안 등 농업·농촌 관련 법안도 정기국회에 맞춰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농업·농촌 문제 해결에는 여야가 없다. 필자부터 한 발 더 뛰는 노력을 하겠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