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없는 도시 만들기 위해

 

박정자 전북남원시아동보호전문기관 심리치료사

필자는 아동학대 현장에서 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필자가 만난 한 아동은 형제자매가 3~4명 있음에도 유독 부모에게 학대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었다. 이는 그 아동이 학대를 유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전체를 둘러싼 어려움과 스트레스 상황이 해소되지 못할 때 구성원 중 가장 취약한 특정 아동에게 학대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대피해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거나 학대행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아동학대를 끊어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2020년 10월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아동학대 신고접수 속보치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4만 2289건, 2021년에 5만 3951건, 2022년 6월까지 2만 5296건으로 신고접수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남원시는 2020년 152건, 2021년 167건이었다가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겨우 32건밖에 신고 되지 않았다. 전년도 대비 38%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남원시의 신고접수 건수가 급감한 현 상황에 대해 남원시는 아동학대가 없어지고 있다라고 우리는 자축할 수 있을까? 아동학대 신고로 안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가 혹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필자는 신고율의 감소가 아닌 진짜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는 남원시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신고의무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질 높은 신고의무자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현재 신고의무자 교육은 1년에 단 1시간만 이수하면 되고, 아동권리보장원 등 교육 영상을 시청하면 이수가 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신고의무자의 신고의식을 높이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고의무자의 교육이수 시간을 늘리고, 영상 시청이 아닌 현장 교육으로 시스템을 전환해야 신고의무자의 신고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고, 아동이 실질적으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신고의무자에게 신고에 대한 의무만 지울 것이 아니라 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시스템이 조성되어야 한다. 아동학대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되거나 직접 노출이 되지 않더라도 각종 질문 등을 통해서 신고자가 누구인지 유추되는 상황이 많다. 이러한 위험성이 있는 한 신고의무자는 신고를 꺼리게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신고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수사기관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신고자 노출이나 유추가 가능하게 할 경우 처벌 수준을 강화하여 신고의무자가 아동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작은 의심이더라도 곧바로 아동학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시민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신고의무자 직군이 아닌 일반 시민에게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캠페인, 홍보활동을 하여 적극적으로 신고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 신고의무자의 신고만으로는 아동학대를 모두 예방할 수 없다. 일반시민이 함께 아동학대신고에 동참한다면 아동학대는 근절될 것이다.

 

/박정자 전북남원시아동보호전문기관 심리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