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예타제도'강화..전북 숙원사업 차질 빚나

예타면제 기준 강화·사업 기준은 완화, 사실상 전북은 면제나 통과 더 어려워져
尹 정부 기조상 경제적 효용성 낮은 전북지역 대형사업 추진에 부정적 기류
전북사업 수혜 전망은 미미, 도내 대형사업·새만금 관련 사업 속도감 우려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짓는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제도를 강화하면서 전북지역 숙원사업 추진에 장애가 우려된다.

정부는 다만 예타대상 기준인 ‘총사업비 500억 원·국비 300억 원’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연구개발(R&D) 사업에 한해 ‘총사업비 1000억 원·국비 500억 원’으로 완화했다. ‘신속예타절차’도 함께 도입했다. 평균 1년 이상 소요되는 예타 절차를 4개월(대상 선정 1개월, 조사 기간 3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전북지역 대형사업 총사업비는 1000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기 때문에 지역차원에서 받을 혜택은 미미한 반면 오랜시간 준비한 SOC사업의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재정준칙 도입 방안' 및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예타 면제를 남발해 국가 재정건정성을 해쳤다고 판단하고, 조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사실상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위해 확대됐던 예타 기준 완화 및 면제에 제동을 건 셈이다. 균형발전 정부를 천명했던 윤석열 정부에서 균형발전 관련 예산이 1년 만에 3조4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대폭 삭감된데 이어 인구가 적은 전북 입장에선 균형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예타제도가 더욱 깐깐해지면서 대통령이 대선 당시 했던 약속을 파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특히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과 경기도에는 특별교부세를 몰아주면서 여당 중진인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마저 균형발전을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는 예타면제는 이명박 정부 90건(61조1000억원), 박근혜 정부 94건(25조원)에서 문재인 정부 149건(120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는데, 정부는 우선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해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사업규모·사업비 등의 세부산출 근거가 있고, 재원조달·운영계획, 정책효과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사업만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높이겠다는 의미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립사업이 예타 면제를 통해 추진될 수 있었던 만큼 전북입장에서 예타면제요건 강화는 조단위 대형사업은 아예 엄두도 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예타 면제를 해준 경우에도 사후 관리를 통해 사업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국가정책적 필요에 따른 면제 뿐 아니라 '공공청사'나  '법령상 추진해야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적정성 검토를 전면 실시한다.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공개해 국회 등에서 감시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는 예산안 첨부 서류에 예타 면제사업의 소관부처와 사업명, 면제근거(사유)뿐 아니라 총사업비, 사업기간, 사업필요성·기대효과 등을 추가로 제출해야만 한다. 

정부는 비판을 의식한 듯 예타 기준은 완화했다. 다만 예타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총사업비 500억∼1000억원 구간 사업은 예타 지침을 준용해 사업 부처가 사전타당성조사 등 자체 검증을 시행하도록 별도의 규제조항을 담았다.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사업별·지역별 특성이 반영되도록 했다. 해당 사업이 지역낙후도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평가에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그 기준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난 2020년 발표한 발표한 균형발전지표 43개 중 36개 지표(인구,주거, 교육, 안전, 환경, 보건복지 등)를 활용하여 지역낙후도 지수 및 순위를 산정하도록 했다.

전북이 예타를 진행하는 4개 사업은 이미 총 사업비 1000억 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또 예타 신청을 앞두고 있는 사업 2개 모두 사업비가 1000억 원을 상회한다.

전북사업 중 예타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새만금 지역간 연결도로 건설 9950억(국비 100%)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 조성 3840억(국비 1364억) △K-Carbon 플래그십 기술개발사업 4797억(국비 3393억) △국가핵심광물 전용 비축기지 구축사업 2782억(국비 100%)로 모두 예타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군산 조선산업 정상화를 위한 핵심사업인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구축사업은 올 4분기 예타 대상으로 5316억(국비 4142억)으로 더 강화된 예타 심사를 대비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전북동부권 핵심 공약이었던 지덕권 친환경 산림고원 조성 사업도 2627억으로 국비 100%가 소요돼 깐깐한 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