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제’에 대한 담론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를 두고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역 기초 할 것 없이 홍보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답례품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기부금액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제도는 일본이 2008년 도입한 이후 지방재정 확충에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 받는다. 올해 기준 납세자 5000만명 중 740만명이 참여했다, 참여율은 15%쯤 된다. 주민공제액은 5조5110억원에 달한다. 

전북도는 관련 용역을 맡기고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14개 시군도 마찬가지다. 전북애향운동본부 역시 ‘고향사랑 기부’를 내년 핵심사업으로 내걸고, 전국 향우들과의 연대 및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지난 상반기에 밝힌 바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10만원을 초과한 액수에 대해서는 16.5%를 공제 받는다. 기부금의 30% 이내(최대 100만원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출향인이 10만원을 고향에 기부하면 최대 3만원의 답례품과 함께 연말정산 때 1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만원을 기부하면 최대 30만원의 답례품과 함께 기본공제 10만원을 제하고 남은 90만원의 16.5%인 14만8500원을 더한 24만8500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기부금 상한액은 1인당 500만원이다. 이 한도 내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자치단체를 제외한 전국 모든 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고, 여러 자치단체에 나누어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인은 제외된다. 인허가, 사업유치 등 짬짜미 비리로 흐를 개연성 때문이다.  

틀은 잘 짜여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제도를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모두 금지해 버렸다. 전화, 서신 또는 문자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이용도 금지되고 향우회 동창회 등에 참석해 기부를 권유하거나 독려하는 방법도 금지된다. 리플렛 등 홍보물도 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누어 주는 건 금지된다. 어기면 최장 8개월간 모금이 금지된다.

자치단체가 출향인사 등에게 고향사랑 기부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선거법보다 더 엄하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손 발 묶어놓고 고향 마케팅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납득되지 않는다.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답례품과 기부금 사용처다. 답례품과 사용처에 따라 지역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특산품이나 지역사랑상품권만으로는 경쟁하지 못한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차별적 독창적 답례품 개발이 숙제다. 

사용처 역시 자치단체의 필요가 아닌 기부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기부금을 육아지원에 사용해 인구 증가를 이뤄 내거나, 고령인구에 혜택을 줘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는데 선거 때 이런 지원책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부자가 매력을 느낄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고향사랑 기부’는 기부자와 지역생산자, 자치단체에 모두 도움이 되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 고향 살리기 정책으로 성공시켜야 한다. 재경도민회 부산 울산 창원 등 출향인들의 반응이 관건이다. 호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출향인이 많다. 호남향우회는 해병전우회, 고려대동문회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열렬 단체로 회자된다. 응집력 강한 이런 에너지가 고향사랑 기부로 나타나면 좋겠다. 

전북은 호남향우회에서도 존재감이 약하다. 전남 광주에 예속돼 있다. 인사, 사업, 예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참에 호남향우회에서도 전북몫 찾기를 벌이면 어떨까 싶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