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존재감

일러스트/정윤성

민주당을 바라보는 도민들 시선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과거 묻지마 지지세와는 달리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팍팍한 지역 살림과 맞물리면서 정치권 역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주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전북 방문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도민들은 ‘전북 달래기’ 차원의 민심 수습용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최근 지도부 구성에서 전북 출신이 배제된 것과 관련 도민 불만이 팽배한 점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깎아내린다. 이 대표도 이런 기류를 의식했는지 “민주당이 잘못하면 쓴소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며 사나운 민심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위기에 몰리면 지역 순회 최고위 개최를 명분으로 지도부가 대거 방문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식상해 한다. 도민들은 그간 경험을 통해 ‘보여주기’ 일회성 행사라는 것을 꿰뚫고 있기에 시큰둥하다. 지역 현안 해결의 당위성은 선거 공약과 입법 추진과정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음에도 굳이 여론 수렴을 빌미로 이런 행사를 되풀이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반수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집권 여당 때는 뭐하다가 야당 처지로 바뀐 지금에 와서 현안 해결 운운하는 게 도저히 믿음이 안 간다고 한다. 힘이 있을 때 밀어붙여야 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도 “전북은 민주당의 뿌리며,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도민들이 민주당을 지켜보고 있다” 며 끈끈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조차도 정치인들의 단골 멘트로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향후 인물 발탁이나 지역 현안 추진과정에서 이를 가시적으로 증명해 보이면 된다는 의미다. 지금 민주당에 거는 도민들 기대는 대체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34%대였다. 이는 3월 대선 이재명 후보 득표율 82%대를 감안하면 반 토막도 안되는 수치여서 충격은 더했다. 역대 최저치 6월 지방선거 투표율 48.7%까지 더하면 민주당 독주 체제에 대한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해법은 보다 명확해진다. 공천 혁신을 통한 대대적 물갈이는 물론 지역 현안 해결에 구체적 성과를 냄으로써 민주당이 전북의 뿌리임을 보여줘야 한다. 의원들도 퇴행적 지역 정서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정 활동 성적표를 통해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북 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제3금융 중심지, 남원 공공의대 유치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얼마만큼 성과를 거뒀는지가 총선 선택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다. 유권자 눈높이가 점차 우리 생활과 직결된 실사구시(實事求是) 노선으로 바뀌고 있다. 국정 운영과 지역 발전은 물론 주민 삶의 질 개선에 누가 이런 노력을 앞장서 하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민주당과 의원들이 존재감을 보여야 할 때다. 김영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