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쌀값 폭락으로 농심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전국농민회 산하 진안(회장 박시진)·무주(회장 이정구)·장수(회장 정상길) 농민회 소속 회원 150명가량은 진안지역에 모여 오전 9시부터 쌀값 보장을 촉구하는 연합 집회를 가졌다.
전농 전라북도 연맹 이대종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안 부귀면 거석리 하거석마을 일원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서 3개 군 농민회원들은 트랙터에 ‘쌀값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붙이고 벼 수확을 앞둔 노 모 씨의 논 1필지(4500㎡)를 전부 갈아엎으며 미흡한 정부대책에 항의하고 조속한 쌀값 안정화를 촉구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한 팔순 농민은 “1년 내내 자식처럼 키운 벼를 속수무책으로 갈아엎는 농민의 심정을 무엇으로 표현하겠는가.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과 똑같을 것이다. 트랙터가 내 가슴을 밟고 지나가는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쌀값은 45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한 반면 비료값, 기름값, 인건비는 폭등했고, 이에 따라 올가을 농민들은 파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정부가 쌀값 폭락을 막고 농자재 값과 인건비 폭등을 막는 특단의 대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쌀 재고가 넘치고 있으나 (정부가) 매년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하는 데다 가격 안전장치는 작동되지 않고 있고 정부정책은 우는 아이에게 젖 주기 식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는 지난 ‘9·25쌀값대책’에서 22년 수확기에 구곡과 신곡 나락(벼)를 총 90만 톤 격리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런 정도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해 쌀값을 잡기 어렵다”며 “구곡 전량을 당장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신곡은 21년산보다 50만 톤 더 많은 120만 톤 이상을 매입해야 해야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쌀값 대란의 핵심 원인이자 식량 주권을 위협하는 TRQ(저율관세할당) 의무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양곡관리법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 정부가 쌀 수급을 공적으로 책임지고 농민들이 직접 쌀값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나락의 역공매제를 폐지하고 자동격리를 의무화하는 자동관리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박시진 진안농민회장은 “식량은 안보다. 쌀값 안정과 생산비가 보장돼야 안보가 확보된다. 이를 위해 쌀값 최저가격제와 공정가격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밥 한 공기 분량의 쌀 가격이 적어도 300원은 보장돼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대종 전농 전라북도 연맹 의장은 “우리가 오늘 논을 갈아엎는 이유는 내년에도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즉, 우리 농민이 살기 위해서다. 농민이 살아야 농업이 살 수 있고 농업이 살아야 식량 주권이 바로 설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위기와 오고 있는데 식량자급이 안 되는 나라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시늉에 불과하고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해 생산비를 보장하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