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교수의 일상, 새로운 돌파구는 어떻게?

이민호 전북대학교 교수

대학 연구실에서 맞이하는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 갈수록 더 바쁘게 지내건만 눈에 보이는 결과는 나아지지 않는다. 지역대학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들려오나 걱정만 앞설 뿐이다. 교수 개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지역대학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다.

지역대학이 처한 현실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이다. 대학 건물은 전반적으로 아주 낙후돼 있다. 30-40년 이상 된 부실한 건물이 즐비해 비가 많이 오면 누수로 인해 양동이를 받쳐야 하는 슬픈 광경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일부 화장실은 누가 볼까 민망할 정도로 오래된 화변기 그대로이다. 대학 바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대다수 강의실은 3차도 아닌 2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

교수들의 강의 책임 시간은 매주 9시간으로 변함이 없다. 크게 늘어난 연구와 학생 지도 등의 부담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전임교원들은 강의 시간의 두 배 이상을 들여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오히려 애처롭다. 취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수들은 취업지도를 열심히 해도 지역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생각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교수들의 강의 및 학생지도 피로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연구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함에 따라 업적평가와 승진을 위해 매년 일정한 수 이상의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 대학원생은 급격히 줄어들고 박사후 연구원은 구하려고 해도 오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고군분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변 교수들과의 자유로운 미팅과 토론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실제 실험 조사까지 모든 것에 매달려 보지만 낮은 생산성과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역과의 교류협력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이다. 지역대학의 중요한 사명은 지역발전과 혁신을 선도하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대학과 지역의 협력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인적으로 일일이 찾아나서야 한다. 힘겹게 지역과의 협력 추진에 성공하더라도 강의 시수와 연구논문 중심의 교수들의 업적 평가에는 그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교수들에게는 더 편하고 이득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교수 개인의 노력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지역대학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대적인 재정 지원은 물론 현재 대학에서 강제되고 있는 강의 시수를 포함한 다양한 규제 철폐가 시급하다. 지역대학의 학생들에게는 학업 및 취업의 불리함과 불이익을 해소할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대학 스스로도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학생들의 성공을 이끌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교수들의 효율적인 연구 수행에 도움이 될 현대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대학이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교두보를 서둘러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노력이 합류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지역대학은 비로소 화려한 회생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민호(전북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