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물들다 - 박미서

바람이 구름에게

구름이 비에게

비가 땅 위의 살아있는 것들에게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 간다

 

찬란한 햇빛이 기울어

호수 위에 어리는 노을이

산 그림자에 스며들 듯

그렇게 우리는

 

△온통 달맞이꽃이 전주천을 물들이고 있다. 노오란 색으로 강물이 물들어 노을도 노랗다. 그 길을 걷는 나의 마음에도 색이 스며들어 노랗다. 갈대 둥지에서 지저귀는 비비새 주둥이도 노랗다. 그래서일까. 등 굽은 노인이 천천히 햇살을 등에 업고 지나가더니 내 등도 물들어 굽었다. 곱디고운 한 편의 시가 너무 순수해서 기억이 노랗게 떠오른다. 장맛비 소리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으로 물들고 있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