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전북 14개 시군이 지역화폐 발행액과 할인율 축소를 검토하는 등 자치단체별로 각기 다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지역화폐 국비 지원액이 '자치단체 몫'으로 넘어오면서 재정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역화폐의 발행액과 할인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시군은 익산시·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부안군 6곳이다. 순창군은 지역화폐 발행액을 확대할 계획이다.
나머지 시군은 발행액과 할인율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군산시·정읍시는 발행액을 줄이고, 김제시·완주군·고창군은 할인율을 10%에서 3% 또는 5%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김제시·완주군은 할인율을 인하하는 대신, 발행액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주시·임실군은 발행액과 할인율을 축소할 방침이다.
같은 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북의 지역화폐 전체 예산액(지방비+국비)은 2020년 1571억 3000만 원, 2021년 2250억 900만 원, 2022년 2597억 5100만 원이었다. 지역화폐 국비 지원액은 2020년 638억 8900만 원, 2021년 890억 원, 2022년 390억 원으로 지역화폐 예산의 국비 의존도는 각각 40%, 39%, 15%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4월 실시한 지역화폐 발행 수요 조사에 따르면 당초 전북은 내년 발행액 기준 1조 587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계획했다. 10% 할인율 중 4% 수준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액을 계산하면 634억 8000만 원의 국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기존 국비 지원액은 자치단체가 모두 부담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자치단체가 발행액과 할인율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같은 상임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3.0%는 찬성, 63.4%는 반대한다고 각각 밝혔다.
지역화폐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만족한다'는 응답이 86.4%(매우 만족 45.4%, 대체로 만족 41.0%)로 조사됐다.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10.6%(매우 불만족 3.8%, 대체로 불만족 6.8%)였다.
지역화폐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응답자의 54.5%가 '할인 혜택 등으로 가계에 보탬이 된다'는 이유를 꼽았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22.7%), '지역 소상공인 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때문'(12.6%)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의원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국민 만족도가 큰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정부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액 삭감했다"며 "정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는 휴대전화 RDD 방식 자동응답(ARS) 조사 100%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로 응답률은 1.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