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가을 묵향에 담긴 산들 최영기 선생의 예술혼

오는 30일까지 정읍 연지아트홀서 전시
생전에 다재다능했던 산들 최영기 선생

故 산들 최영기 작가 유작전이 25일 정읍 연지아트홀에서 열려 개회식에 참석한 여동생 최영임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산들 최영기 선생은 활동적이면서도 섬세했어요. 서예, 그림, 노래, 시, 디자인, 건축설계, 목공 등 못하는 게 없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죠. 주변 사람들을 항상 배려와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어요."

산들 최영기 선생을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주변 사람들은 최 선생은 ‘능력 있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산들 최영기 선생의 유작 전시회가 오는 30일까지 정읍 연지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최 선생의 고향인 정읍에서 열려 의미가 남다르다. 최 선생은 생전에 서예 전시회를 열고 싶어 했다. 이에 서예 작업에 매진한 나머지 작품은 하나둘씩 쌓여 전시회를 열고도 남을 만큼 모였지만 한 달새 급격하게 나빠진 건강에 공개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가족들은 최 선생의 뜻에 따라 그의 고향인 정읍에서 전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전시된 서예 작품은 최 선생의 열정과 세월을 보여 주는 듯 하얀 화선지 곳곳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가족들은 복원과 탈색을 의뢰할 수 있지만 최 선생의 예술혼을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해 원본을 전시장에 공개했다. 서예 작품 외에도 최 선생이 가족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도 전시하고 있다.

최 선생 여동생인 최영임 씨는 "항상 베레모를 쓰고 계시는 오빠의 모습은 나의 삶과 늘 함께한다. 애석하게도 3주 전 올케 언니께 오빠 서예전을 함께 개최하자고 약속했는데 타계하셨다. 오늘의 서예전에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사랑하는 오빠, 늦게 서예 작품을 세상에 알리게 돼 죄송하다. 사랑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최 선생은 1924년 정읍에서 태어나 1979년 별세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배지의 중앙 상징인 정문 조각 로고와 대한민국 훈장도 도안했다. 해방 후 서울대 미술대학 응용미술과를 졸업했으며, 대한민국 교통부 관광과 특수 고위 공무원 등으로 근무했다.

한편 최 선생은 애국지사 최태환의 아들이다. 애국지사 최태환은 광복 후 40여 년 동안 농사짓고 씨앗 장사해서 자식들을 가르쳤다. 노년에는 씨앗 장사로 정읍교육청에 장학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은 최 선생도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 젊은 정읍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주며 이웃을 돌봤다. 바쁜 와중에도 창조적인 서예 작업에 매진해 지금의 작품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