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지난 9월 21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현대미술의 거장들인 고갱, 달리, 르누아르, 모네, 미로, 샤갈, 피사로의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 등 총 97점이 전시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프랑스 파리는 ‘아름다운 시절(Belle Epoque)’로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미술의 중심지였다. 프랑스 국적의 고갱,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외에 스페인 출신의 달리, 미로, 피카소, 러시아 출신의 샤갈도 파리에서 활동했다. 이들은 파리에서 스승과 제자, 선후배와 동료로서 발전과 성장을 응원하며 20세기 현대미술사를 빛내고 흐름을 함께 만들어갔다. 전시 제목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을 창조한 것이다.
전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 90점이다. 피카소는 주요 주제로 삼은 투우 장면과 황소가 등장하는 도자를 제작했다. 특히 피카소는 여러 명의 여인 중 작고하던 해까지 20년을 함께 한 자클린 로크의 초상화를 400여 점을 그렸고, 도자 작품으로도 제작했다. <이젤 앞의 자클린>은 우아하게 입체적으로 묘사됐다.
작품 <퐁투아즈 곡물시장>(1893)을 그린, 인상주의 풍경화의 대가인 까미유 피사로는 폴 고갱의 초기작 <센 강변의 크레인>(1875)을 보고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다. 당시 증권 중개인 고갱이 화가로 전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스승이다.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는 우정과 존경을 서로 나누며 지냈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과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는 두 거장의 예술세계가 응축된 말년의 역작이다. 피카소는 르누아르의 말년작품을 보고 그에게 매료돼 작고한 르누아르의 초상화를 그릴 정도였다.
파리의 스페인 화가 피카소, 미로, 달리는 파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스 신화 속 켄타우로스를 주제로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과 역시 신화를 주제로 한 피카소의 도자를 함께 전시했다. 사람, 새, 별이 있는 밤 풍경을 추상화한 호안 미로의 <회화>(1953)도 특별하다. 마르크 샤갈은 <결혼 꽃다발>(1977~1978)에서 여전히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생의 순간들을 꽃과 정물, 동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그간 힘들고 평탄치 못한 인생, 특히 부인이자 뮤즈였던 벨라의 죽음을 뒤로 하고, 두 번째 사랑을 만나 꿈과 환상의 세계를 만들었다.
아름다운 시절에 아름다운 순간들을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아, 아름다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