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핼러윈 전야 압사 참사’에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던 정치권의 다짐이 3일을 채 가지 못했다.
국회는 지난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자 ‘지금은 정쟁 대신 애도할 때’라는 공감대 속에 정치적 논평이나 비난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사고 원인 분석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과정이 시작되자 이번 사태 역시 정치쟁점화 하는 분위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요원만 배치했어도 인파 흐름을 모니터링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면서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세월호 사고가 고작 8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정부와 여당을 겨냥했다.
범야권에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대응은 물론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정부의 대응에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민주당 등 야권이 정부에 대한 공세 모드로 전환하자 방어에 나섰다. 이들의 대치는 '책임 공방'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제도 문제가 아닌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가 애도기간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며 야당에 자제를 촉구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면서 내홍에 빠졌다. 유 전 의원의 발언에 성일종 의원 등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고, 당 내부에선 이를 둔 계파 간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무책임한 가짜뉴스들이 일부 생산 유포되고 있다.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민의 혼란을 가중하며 혐오와 갈등을 유발하는 등 사고수습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은 "대형 사고의 트라우마를 키우는 민주당 일각의 남 탓이나 아니면 말고 식 가짜뉴스를 내지르고 보는 무책임함은 자제돼야 한다"면서 야당에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국가 애도기간이 끝난 이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경찰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대책을 추궁하는데 당력을 쏟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사고 사망자'라는 표현도 문제 삼았다. "잘못도 없고 책임도 없는 단순한 사고임을 미리 주입하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임을 강조한 발언 또한 국가 애도 기간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직격했다.
여론 역시 대형사고의 수습 대신 지나친 프레임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최근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 규명과 책임자 및 사고 원인 제공자 엄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