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그리움 - 양해완

매화향기 

동글동글 영글어

수줍게 웃는다

 

쑥향이 짙어지고

올망졸망

감꽃도 피었어라

 

한잔에

봄을 마시고

빈 잔에 

여름을 따르니

 

어느 하늘

어느 바람 끝에 

머물러 있을

그리움의 조각들이

저홀로 눈물 짓더라

 

△계절을 타고 오는 모든 것이 어디 그냥 그것뿐이겠는가? 봄의 매화 향기며, 공터마다 초록 이불을 깔아주는 쑥 향기며 추억 속의 감꽃들은 그냥 그것만이 아니다. 어딘가에 묻혀있던, 아니면 무언가에 잠시 잊혔던 그리움의 조각들이 매화와 쑥과 감꽃을 매개로 기어코 눈물을 불러오는 것이다. 해서 나의 빈 잔은 그냥 빈 잔이 아니다. 다음 계절의 그리움을 미리 꾸어다 그렁그렁 채워놓은 잔이다. /김제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