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더럽다'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때'를 타야만 더 아름다워지고 깊어지는 것이 있다. 바로 공예품과 책. 한 땀 한 땀, 한 자 한 자, 손으로 만져 탄생한 공예품과 책은 또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 쓰이고 읽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때 탄 공예품과 책이 전라감영을 찾았다.
오는 12월 10일까지 전라감영의 내아 공간에서 전라도-제주도 공예 특별기획전 '전라감영, 일 년 읽다'가 열린다.
전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문화유산 큐레이터 그룹 프롬히어(대표 설지희)가 맡았다. 옛 전라감영의 관할지역이었던 전라도와 제주도의 공예가 9명과 책방 3곳이 전시에 참여해 특별함을 더했다.
전시는 크게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로 구성돼 있다. 프롬히어는 사계절 중에서도 겨울에 집중했다. 겨울은 한 해의 마지막이자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전시 총괄을 맡은 김지현 큐레이터는 "우리는 지금 '겨울'을 기다리고 있지 않나. 보통 '겨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정적이지만, 겨울을 세분화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겨울을 지나 '온전한, 필사'에서 책방의 컬렉션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눈이 녹아, 봄'을 통해 봄을, '다시 여름, 풍덩'을 통해 여름을, '그때, 그 갈빛'을 통해 가을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 동선을 짰다.
김 큐레이터는 전라도와 제주도의 공예품과 책방을 큐레이션해 전라감영의 의미와 우리 일상을 돌아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전시가 아닌 마음을 채우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전북도, 전남도, 제주도의 공예가를 만나고 책방을 찾았다. 전시에 작품뿐만 아니라 공예가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프롬히어와 김 큐레이터의 깊은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 큐레이터는 "사람들이 이 공간이 안락하다, 편안하다고 느끼길 바랐다. 보다 차분하고 여유를 느끼면서 전시를 즐기기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계절의 전개에 맞춰 우리의 한 해를 돌이켜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