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하(山河)는 금계국의 잔치다. 산에도 들에도 고속도로변에도 전국 어느 곳엘 가도 금계국의 화려함을 쉽게 볼 수 있다. 설한(雪寒)에 정(情)을 품은 매화가 지나가면서 벚꽃이 산천을 뒤덮더니 행여 덤벼들 꽃들에 앞서 금계국은 5월의 녹음과 연인 삼아 노랗게 하얗게 파노라마의 진수를 보인다.
금계국은 식용이 가능한 국화과에 속하며 크기는 30~60cm 정도다. 개체에 따라서는 90cm까지도 자란다. ‘금계국(金鷄菊)’이라는 이름은 꽃이 황금색 계란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꽃은 화사한 노란색이며, 잎은 길쭉한 편이나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흔히 '들국화'라고 부른다. 금계국꽃은 신록이 우거진 초여름에 노랗고 하얀 향연의 연출은 마치 자연을 대변하는 5월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나는 요즘 바깥에 나가 금계국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어쩐지 잃어버린 연인을 마주하는 느낌마저 든다. 옆을 멀리하고 떠나버린 얄미운 정의 흔적을 보는 마음은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 자칫 우울할 까 봐 내심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내 고향 새만금의 섬 야미도 고향 죽마고우요 뜻을 함께해온 오직 하나였던 진정한 친구 고 김정웅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내 마음을 찌빽거리는 금계국의 정확한 이름을 잘 몰라 확인하기 위해 국어사전을 떠들어 보기도 했다. 근년에 접어들면서 군산 월명공원 설립산의 남쪽엔 금계국이 활짝 피어 붐비는 인파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런가 하면 군데군데 노랗고 하얀색의 꽃' 하면 금계국이라고 할 만큼 인기 절정이다. 보고 또 보고 싶은 금계국꽃이다. 또한 금계국 꽃에 대해 노란 꽃잎 속에 짙은 밤색 무늬의 꽃이 들어있어 화사한 치장이라 하여 기생초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화사함을 지닌 꽃이라는 데서 더욱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술렁대게 한다. 마음에 새겨둔 연인을 보는 마음이라면 어떠할까? 금강물 따라 서해바다로 가면서 정만 뿌릴라나 상념을 스친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가 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전국의 산하는 물론, 시골길 가로에도 모습을 드러낼 만큼 널리 퍼져있어 국민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공헌(?)을 하는 새로운 각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주말 모처럼 만에 승용차편으로 친구와 함께 남해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남해와 서해안의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심지어 마을 길을 다니면서 금계국 꽃이 자태를 보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정한 도로의 친구로만 여겨졌다. 나만의 감정인지는 몰라도 금년 들어 처음 느껴보는 마음으로 마치 다정한 친구 하나가 생겨난 마음 같아 더욱 금계국에 대한 친밀감이 돋았다.
그러나 일행들도 대체적으로 다감한 느낌들을 주며 "언젠가는 우리나라 꽃이 되겠다"고 까지 한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금계국은 1년에 한 번씩 보게 될 친구가 될 것 같다. 시각의 아름다움은 마음의 아름다움이니까.
금계국 피우기 위해 쉬지 않고 걸어도 짧은 가을, 바람의 날개를 달고 노란 향주머니 열기에 바빠 하루해 짧다지만 스산한 가슴으로 지고(至高)의 푸름 아래 홀로 삶이 힘들까 봐 마지막 들꽃 되어 찬 바람 불기 전 가을의 노랑향기 온몸으로 담아내는 금계국(金鷄菊)의 하루가 예스럽기만하다.
김철규 수필가는 전북일보 편집부국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전북도의회 의장과 군산신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전북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인연 외 10권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