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대표하는 하천인 만경강이 최근 지역개발의 화두로 떠올랐다.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강 유역 지자체들이 앞다퉈 친환경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완주군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후보 시절 제1호 공약으로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금 만경강 기적 프로젝트는 지역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완주군의 핵심 정책이 됐다. 천혜의 생태관광자원인 만경강과 지역의 고유자원을 연결해 관광객 1000만 명이 몰리는 생태도시·문화관광도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익산시는 ‘만경강 친환경 명품 수변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만경강 일원 120만㎡에 청년층과 은퇴자를 위한 공동주택과 의료 및 문화시설, 학교, 공원 등 친환경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또 만경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설치·운영해 논란을 빚은 전주시도 조만간 ‘하천 종합정비계획’용역을 통해 지역 하천 정책의 방향을 정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만경강은 전북의 대동맥인 완주~전주~익산~김제·군산을 휘감아 돌아 서해로 흘러든다. 전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 강에 기대어 살고 있다. 고산천과 소양천·전주천·삼천·익산천·탑천·부용천 등 전북도민의 추억이 담긴 하천이 모두 만경강의 지류다. 동진강과 함께 곡창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해 온 만경강은 고대부터 한반도 농경사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20세기 말 새만금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경문제의 중심에 섰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해 수십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만경강 유역 오염시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북 5개 시·군 주민들의 삶터를 만들어 낸 만경강이 21세기 도시의 생태·힐링 공간으로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천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주민밀착형 친수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발이 요구된다. 전북도와 해당 시·군, 그리고 환경단체·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친환경 하천 개발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각 지자체가 하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난개발과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면서 만경강의 대표적 생태공간인 신천습지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만경강 중류 전주시와 완주군의 경계지점 약 2.4km 구간에 형성된 신천습지는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 지역 환경단체가 수년 전부터 생태조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이에 따라 전북도에서 수년 전부터 신천습지의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껏 성과는 없다.
우선 강 유역 지자체가 함께 나서 신천습지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이뤄낸다면 만경강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친환경개발을 통한 ‘만경강의 기적’도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