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약속 지켜라

무주군은 오래 전부터  ‘태권도 성지(聖地)’의 명성을 이어왔고 그 결과 치열한 경쟁 끝에 지난 2008년 설천면 백운산 자락에 태권도원을 유치했다. 명실공히 태권도 성지로서 상징성이 크고,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수련공간이다. 지난 2014년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10배가 넘는 규모(231만여㎡)의 태권도원이 문을 열 때만 해도 곧 국기원도 이전하고 전 세계태권도인들의 메카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세계태권도 총본산인 국기원은 심사운영, 국제교육, 교육개발과 같은 핵심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에 전북 이전은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사실 태권도원은 단순한 수련시설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기에 국기원 이전이 없을 경우 반쪽자리 태권성지에 머무르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기원 이전 없는 무주 태권도 성지화 사업은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국기원 이전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바로 국제태권도사관학교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공약에 반영된 전북 현안사업이다. 당연히 빠른 속도로 추진돼야 한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는 글로벌 태권도 지도자와 스포츠 외교사절을 양성하는 전문교육 기관이다. 국기원 이전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 속에서 무주태권도원이 진정한 세계태권도 성지로 거듭나려면 국제태권도사관학교 건립은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 황인홍 무주군수를 비롯한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정치권에서 적극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려면 내년 국가 예산에 사전타당성 용역비를 반영해야만 한다. 태권도 정신과 철학을 배우고 역사와 발자취를 보존하는 곳이 태권도원이라고 한다면 국제태권도사관학교는 태권도를 전 세계에 보급하고 K한류를 꽃 피우는 메카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테마다. 전 세계에서 300명(해외 280명·국내 20명)을 선발해 졸업생에게 태권도 ‘국제사범(International Master)’ 자격을 줄 계획이다. 이들이 각국으로 돌아가 태권도를 보급하고, 새로운 수련자들이 사관생도가 돼 무주를 찾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골자다. 단순히 무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계태권도의 중심이 대한민국이라고 한다면 명실공히 그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약속은 신속히 지켜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