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현상 속에 수도권으로의 인구이탈까지 겹쳐 지방도시들이 소멸 위기에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전북지역은 위기가 더 심각하다. 전북 내에서도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다. 전주와 익산·군산을 중심으로 한 서부 평야지대에 비해 개발에서 뒤처진 진안·장수·무주 등 동부 산악권의 위기가 훨씬 심각하다. 그런데도 지금껏 전북지역에서 역점 추진된 국가사업은 새만금과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서부지역에 치중된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동부 산악권은 낙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멸위기 지역으로 전락했다.
동부 산악권을 대상으로 한 균형발전사업이 필요하다. 물론 전북도가 지역간 격차 해소를 위해 남원·진안·무주·장수·임실·순창 등 6개 시·군을 대상으로 ‘동부권 균형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동부 산악권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대규모 국가재정사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가사업이 ‘국립 지덕권산림치유원’이다. 지난 2013년 대통령 지역공약사업으로 채택된 후 장기간 표류하다 10년 만인 올 4월에야 뒤늦게 첫 삽을 떴다. 진안군 백운면 백암리 일대 617ha에 총사업비 844억 원을 들여 힐링·교육·체험시설과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는 지덕권산림치유원이 단순한 국가시설 조성사업에 그친다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렵게 시작된 국가사업인 만큼 낙후된 전북 동부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지역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연계사업을 확대 추진해서 그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산림치유원과 연계한 치유관광 콘텐츠 개발 및 지역 주거환경 개선·지역 농·임산물 활용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진안군이 공을 들이고 있는 지덕권 친환경 산림고원 및 지방정원 조성계획이 눈길을 끈다.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낙후된 전북 동부 산악권 발전을 위해 전북도 등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에서 역량을 모아야 한다. 국립 지덕권산림치유원이 전북 동부권 발전에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파급력이 큰 연계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역점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