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고질적인 문제는 사안의 핵심이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소한 절차적 문제 등에 얽매여 논란만 거듭하면서 진척을 못시킨다는 점이다. 작은 문제인 것 같지만 전북도지사 공관 활용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전북도는 도지사 관사 활용방안을 놓고 도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활용방향을 밝혔다. 27년 동안 도지사 관사로 사용해온 공용건물을 전시공간으로 전환해 개방하는 문제는 도지사의 공간이 도민의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의미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전주한옥마을 내 2층 단독주택(대지 599㎡·건물 402㎡)에 대해 전북도는 지난 7월 13일부터 한달 간 관사 활용방안에 관한 도민 의견을 접수해 이후 전문가 자문까지 거쳤다. 결론은 도지사 관사를 ‘전북도 생활사’와 ‘민선도지사의 집무 체험’을 주제로 하는 소규모 전시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관사 1층은 ‘생활사박물관’이 들어서고 2층에는 민선도지사의 역사를 담은 ‘도백의 집’이 자리잡을 예정이다. 운영시간 이후에는 전북도와 전북도의회의 기업유치 활동 등을 위한 외빈용 회담장으로도 활용한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개방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북도의회 행자위 심사과정에서 리모델링 설계비 2200만 원, 공사비 3억7800만원 등 4억원 중 3억원을 삭감했다. “관사 개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확실한 설계용역 없이 예산이 쓰일 수 없다”며 문제예산으로 지적했다는 게 삭감 사유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뭐든지 한번 해보려고 하면 믿고 지원하지 않고 반대부터 하고 나서는 게 과연 누구한테 득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인천에 가 보면 옛 도지사 관사가 어떻게 시민들에게 활용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텐데 사소한 명분 논리에 매몰돼 시간만 낭비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한옥마을 주변 사람들은 관광객이 줄고 문화콘텐츠에 갈증이 커진 상황에서 옛 도지사 관사를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도의회는 크고 굵직한 예산과 사업에 대한 검토에 집중하고 새 집행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도지사 관사 재활용 같은 문제는 믿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상임위 심사과정의 논리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괜히 시간만 지체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치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