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광주가 청소년 시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 공모에서 전북 익산이 선정되자 탈락한 광주가 이름만 다른 유사한 시설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것은 정부 공모사업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이웃간에도 도리가 아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의 힘 광주시당이 앞장서고, 여성가족부가 맞장구를 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여당이 나서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8월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공모에서 전북 익산을 최종 선정했다. 이 사업은 청소년보호법 제35조를 근거로 정서·행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9-18세)을 돕기 위해 거주형 시설로 지어 운영토록 하는 것이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가 2012년 경기도 용인에 개원했고, 2021년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가 영남권에 개원했다. 이어 지역균형 차원에서 호남권에도 시설을 짓기로 하고 정부가 공모에 나서 익산시 함열읍 와리 일대를 낙점한 것이다.
이 시설은 정서·행동 장애를 겪거나 인터넷 과의존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치료·보호·자립·교육' 등의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이를 위해 상담실과 심리검사실, 음악치료실, 직업교육실, 공연장, 체육관, 기숙사 등이 들어선다. 현재 용인과 대구 디딤센터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 불안, 학교 부적응,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 60명씩이 12주 과정으로 입교해 교육을 받고 있다.
이 시설 유치를 위해 전북도와 익산시는 도내 대학과 도교육청, 농촌진흥청, 병원, 청소년단체 등이 대거 나서 민간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릴레이 챌린지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광주시 역시 학교와 아동청소년시설, 시민단체, 사회복지기관 등 174개 기관이 유치준비위원회를 만들어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다.
어쨌든 결과가 나온 만큼 광주시는 이에 승복해야 한다. 정치권을 동원해 유사기관을 만드는 것은 편법이요 꼼수에 불과하다. 역으로 생각해 광주지역 국가공모사업에 전북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면 어쩔 것인가. 더욱이 정부·여당이 나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이 문제가 더 곪아 터지기 전에 풀길 바란다.